[포토] 두산 페르난데스, 덕아웃 열광시키는...홈런포!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가 4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0으로 맞선 1회 투런 홈런을 쳐낸 뒤 덕아웃에 돌아와 기쁨을 나누고있다. 2020.11.0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경험과 디테일의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을야구 단골손님 답게 선수들이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갔다. 서로 게임 메이커 구실을 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공략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바라보는 두산이 저력을 발휘하며 2선승제 포스트시즌 승리 확률 100%를 거머쥐었다.

두산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2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모두 시리즈를 가져갔다. 산술적으로 확률 100%를 확보한 두산이다.

경기 내용도 완벽했다. 먼저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플렉센이 이민호와 선발 대결에서 승리했고 불펜투수들도 플렉센의 기를 이어받아 마운드를 지켰다. 정규시즌 막바지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최강 원투펀치 구실을 한 플렉센은 상승세를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갔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이동한 최원준은 중간투수로 나서 만능키 구실을 했다. 두산이 세운 마운드 전략이 적중한 준PO 1차전이었다.

투수진 만큼 야수진의 노련함도 빛났다. 두산 야수들은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 어떻게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하고 승리를 만드는지 모법답안을 펼쳐 보였다. 기본적으로 타석에서 전략은 심플했다. 강속구 투수 이민호에 맞서 강대강으로 맞붙었다.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내면서 이민호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회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결승 투런포가 터졌다.

1회부터 리드한 두산은 이후 좀더 집요하게 LG를 공략했다. 이민호가 홈런을 맞은 후 내리 다섯 타자를 범타 처리하자 정수빈이 기습 번트로 흐름을 끊었다. 이민호의 140㎞대 슬라이더에도 정확히 번트를 대면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마운드 위에서 페이스를 되찾고 신나게 던지는 신예 투수에게 강제 브레이크를 걸었다.

4회에는 작전으로 찬스를 만들었다. 첫 타석에서 이민호의 구위에 눌렸던 김재호는 무사 1루에서 슬래시로 내야진 가운데를 가르는 중전안타를 쳤다. 그리고 오재원은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러 천금의 추가점을 뽑았다. 야수들이 이심전심으로 능수능란하게 강약조절을 했다. 파워히터 오재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일은 중전안타로 출루한 후 진해수의 커브가 바운드되는 것을 파악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도루 2개에 그친 오재일이지만 상황에 맞는 플레이로 또다시 LG를 실점 위기로 몰아넣았다.

[포토] 두산 오재원, 송구가 기가 막히네~!
LG 트윈스 채은성이 4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2로 뒤진 4회 2루 도루를 시도해 오재원에게 태그아웃되고있다. 2020.11.0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반면 LG는 야수들의 배트와 발이 모두 묶이고 말았다. 선두타자 출루는 전무했고 가까스로 출루해도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4회에는 채은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도루를 시도했는데 자동 태그아웃 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부터 시작된 타격 부진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PO 1차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전설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 15년 동안 두산은 꾸준히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성공과 실패를 두루 맛봤다. 정상에서 함박웃음도 지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해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이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 수 있는 올시즌에는 한 번 더 응집력을 발휘하며 어게인 2015를 가슴 속에 품었다. 이른바 왕조체제의 시작점을 찍은 2015년처럼 준PO부터 시작해 PO를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본다. 이날 경기가 또다른 가을 전설의 첫 번째 페이지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