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올시즌도 어느덧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주차까지 리그 공통 이슈는 불펜불안과 심판진의 아쉬운 판정이었는데요. 3주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기들과 판독해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는 판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지난 한 주간 그라운드의 뒷얘기 풀어봅니다.<야구팀>
[포토] kt 배정대,
kt 위즈 배정대가 24일 잠실 LG전에서 타격하고있다. 2020.05.2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배정대 타순 상향조정 안한다더니

KT 배정대가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중심타순에 넣어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KT 이강철 감독도 “배정대가 9번에서 워낙 잘 치다보니 1번 심우준, 2번 김민혁의 타점도 늘어나고 있다”며 좋아했어요. 잘 치고 있으니 배정대 이름 앞 9번타자의 숫자를 바꿀 욕심도 생길텐데요. 이 감독은 “타순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심)우준이도 1번타자로 자리잡느라 초반 부담때문에 고생했거든요. 배정대도 지금 잘 맞고 있다고 상위타순에 넣으면 부담감으로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못 박았어요. 그런데 며칠 뒤 황재균, 강백호가 잇따라 부상이탈하면서 배정대의 타순이 강제조정(?)됐습니다. 9번에서 7번, 7번에서 6번, 6번에서 2번으로 계속 올라갔어요. 그래도 배정대는 타율 0.362, 10연속경기 안타행진을 기록하며 상승기류를 계속 타고 있어요. 이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나 봅니다.

◇ESPN 중계요? 가족 친구들이 정말 좋아해요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됨에 따라 외국인선수들도 이를 두 팔 벌려 반기고 있습니다. 특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의 경우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데요.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KT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처음 ESPN에 나온다고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솔직히 신경도 쓰였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야구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 모습을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확실히 예전보다 꾸준히 연락이 온다”고 웃었습니다. LG 외국인투수 타일러 윌슨의 경우 미국에 있는 아내와 ESPN 중계를 통해 영상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야구가 야구 종주국 미국과 가까워진 모양새입니다.

[포토] LG 류중일 감독, 이거 참 비디오 판독이 안된다니...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24일 잠실 kt전에서 4-4로 맞선 3회 정근우의 태그업 상황에 대한 아웃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있다. 2020.05.2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심판진의 화려한 복귀 신고식

2군에서 조정을 거치고 올라온 심판진이 1군에 복귀해 화려한(?) 신고식을 했습니다. 최수원 심판조인데요. 이들은 지난 7일 한화-SK전 당시 이용규의 S존 이의제기로 2군으로 강등됐는데요.이번에 복귀한지 일주일도 채 안돼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24일 KT-LG전에서 정근우의 태그업 플레이에 대한 오심이 또 나왔거든요. 승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정이었죠. 다행히 라모스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LG가 승리했지만, LG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오심 지겹다. 더 강력하게 징계해라” 등 원성을 쏟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7일 경기의 구심과 24일 경기의 3루심이 공교롭게도 모두 이기중 심판위원이었습니다.

[포토] 역투하는 박상원
2020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투수 박상원이 9회 역투하고 있다. 2020. 5. 21.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박상원의 기합이 조롱거리(?)

지난주엔 한화 박상원의 기합소리가 집중 조명됐습니다. 롯데 쪽에서 박상원의 기합소리가 크다고 어필했는데요. 문제는 17일 경기에서 박상원이 8회 홈런을 맞자 롯데 선수들이 “고라니 화났다. 울어 울어”라고 조롱을 한거죠. 그런데 박상원은 이닝을 마친 뒤 롯데 더그아웃을 향해 고개숙여 사과했습니다. 그 때문에 한용덕 감독은 경기중 사과는 적절치않다고 되레 박상원을 혼내기도 했고요. 또한 KT 쿠에바스는 21일 박상원의 투구를 보며 수차례 손가락질하며 ‘쉿’하는 동작으로 야유를 했고 결국 사과했습니다. 이처럼 박상원을 향한 조롱과 사과가 오갔는데요. 참, 롯데 선수들은 박상원에게 따로 연락하거나 사과는 안했다고 하네요.

◇기침 한 번에 눈치 오백 번

여전히 코로나19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두산의 사전 인터뷰 현장에서 웃픈 일이 발생했는데요. 지난 21일 NC와 두산의 경기 직전 인터뷰실에서 생긴 일입니다. 당시 감독님 옆에 서있던 구단 관계자가 인터뷰 도중 작게 기침을 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지만 코로나19가 워낙 기승이라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전부 그 관계자를 쳐다본 거죠. 조금 민망했는지 인터뷰실 밖으로 나가더니 계속해서 기침을 하시더라고요. 참고 참다가 해서 그런지 문이 닫혀있었는데도, 인터뷰실 안까지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잠시 뒤 인터뷰실로 돌아온 직원은 “기침을 참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나갔다 왔다”라고 고해 성사(?)를 해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는데요, 딱딱했던 사전 인터뷰 현장이 덕분에 부드러워졌답니다. 참고로 코로나19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순 사레였습니다.

[포토]KT 이대은, 만루 위기만 만들고...
KT 이대은이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KT의 경기 9회말 무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자초한 뒤 강판되고 있다. 2020. 5. 2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주)권이도 없고, (김)재윤이도 없고...

KT는 24일 잠실 LG전에서 9회말 로베르토 라모스에게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불안했던 KT 불펜이 기어코 일을 벌이고 말았는데요. 하준호와 김민수가 경기를 매조지하지 못한 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강철 감독은 필승조 주권과 김재윤의 3연투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는데요. 불안한 하준호와 김민수의 모습을 보면서 이 감독은 속으로 주권과 김재윤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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