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프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오디션 왕국’ 엠넷(Mnet)이 스스로 무너졌다.

엠넷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바로 인기 시리즈였던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의 조작 파문 때문이다. 데뷔조 엑스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1~20위 사이의 투표수가 특정배수로 반복됐던 것. 이에 팬들은 직접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연출을 맡은 안준영 PD는 구속되기에 이르렀고, 시즌3와 4인 ‘프듀X’와 ‘프듀48’의 조작을 인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측은 CJ ENM 고위직을 포함한 10여명을 입건했고, 신형관 부사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처럼 점점 조작 혐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엠넷 ‘아이돌학교’(2017)와 ‘프듀’ 전 시리즈에 대한 조사도 펼치고 있어 추가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이번 사태는 ‘프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아이돌학교’ 뿐 아니라 과거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엠넷이 구축해 온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신력마저 떨어트리고, 영광도 무너지게 만들었다. 혹자는 “방송이니까, 어느정도의 소위 ‘MSG’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부정할 순 없지만 긍정할 수도 없다. ‘프듀’는 엄연히 ‘국민 프로듀서’들과 함께 만들어온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과거 ‘슈스케’ 등도 그러했듯 사전 투표 및 생방송 투표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국민 프로듀서들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 ‘프듀’에 몰입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진정성으로 임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조작이라는 참담한 현실이었다. 단순히 ‘PD픽’이라 하여 분량을 몰아주고 편집을 잘 해주고의 선을 넘어 투표 조작이라는 어마무시한 혐의까지 더해진 것. 이는 엄연히 사기죄에 속할 정도의 경중이다. 엠넷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대한민국 방송가에 자리 잡게 한, 맛집으로 비유하자면 ‘원조 집’이다. 내놓은 프로그램마다 승승장구했고, 지상파 채널에서도 이를 카피한 프로그램들을 내기 급급했다. 그만큼 엠넷은 명불허전 ‘오디션 왕국’이었던 것. 하지만 그 뒤에는 ‘악마의 편집’ 꼬리표도 늘 따라 붙었다. 단순 편집의 문제 정도로 넘겼지만 결국 ‘조작’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책임을 다 하겠다”라면서도 해당 사안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연출자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끝나는걸까.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한 엠넷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이번 혐의를 파헤친것도 국민 프로듀서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유료문자 100원 이상의 가치였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실망감도 배가 되는 것. 설상가상 ‘프듀’ 포맷이 일본에 포맷 수출까지 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조작 매뉴얼까지 전했을까”라는 냉소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TV에 나오기까지, 전 과정이 방송사 고유권한이다보니 별다른 감시기구도 있을리 만무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결국 ‘조작’이라는 얼굴의 악마까지 키운 셈이다. 때문에 엠넷이 앞서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을때도 여론은 냉소적이기만 했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다. ‘프듀’의 조작사태는 프로그램에 임한 수많은 연습생들도, 이들을 응원한 가족들과 팬들도, 정당한 실력으로 데뷔의 꿈을 이뤘던 데뷔조 멤버들까지 모두에게 상처로 남았다.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역대급 국민기만죄라는 괘씸죄는 씻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그래도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라면서도 “연습생들도 소환 조사될 예정이지만 이외에도 업계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접대 등도 비단 이번 ‘프듀’ 뿐만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쉽사리 또 나서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명명백백 잘잘못이 가려져 폐해의 뿌리가 뽑히길 기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CJ EN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