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현
롯데에서 방출된 윤길현. 사진은 지난 2017년 넥센(현 키움)전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윤길현의 모습. 강영조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새 사령탑 선임에 몰두 중인 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이 윤길현(36)의 방출을 시작으로 선수단 개편에도 불씨를 당겼다.

롯데 구단은 지난달 30일 베테랑 불펜요원 윤길현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스포츠서울 9.30일자 단독보도>

롯데 관계자는 이날 키움과 퓨처스(2군) 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윤길현과 만나 방출을 통보했다. 또 윤길현 외에도 투수 박근홍(34)과 송창현(24), 포수 김사훈(32), 내야수 박정현(25), 오윤석(25), 외야수 조준영(25)까지 총 7명과 이별했다. 이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윤길현과 박근홍 등 베테랑 방출이다.

롯데는 지난달 초 부임 직후 선수단 체질 개선을 내세운 성 단장을 중심으로 정규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선수단 정리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국내 지도자든 외국인 지도자든 기본적으로 팀이 지향하는 색채에 걸맞지 않고 보탬이 되지 않으리라고 여긴 자원을 향해 냉정하게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베테랑을 향한 칼은 성 단장 부임 전부터 예고됐다. 지난 7월 19일 양상문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잡은 공필성 감독 대행은 이전까지 기회를 얻지 못한 베테랑을 대거 중용했다. 단장 부재 등 컨트롤타워가 없어 미래 지향적인 선수단 운용이 쉽지 않았고 단기적으로 팀의 결속력을 꾀하는 데 불가피한 처방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양날의 검과 같았다. 공 감독 대행은 당시 “베테랑에게 기회를 주되 스스로 현실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면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면서도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감독 대행직이긴 했지만 이미 김종인 사장 등 구단 윗선은 이전 체제서부터 언급한 ‘육성 기조’를 확고히 했다. 가뜩이나 베테랑 중심으로 ‘연봉 1위 팀’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지만 기본을 실종한 야구와 폐쇄적인 더그아웃 문화를 지적받았다. 올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더 궁지에 몰렸다. 결국 시즌 막바지엔 후반기 3할 타율을 기록한 채태인을 시작으로 ‘간판 타자’ 이대호를 16년 만에 2군에 보내는 등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대호는 팀의 상징과 같은 선수로 팀 리모델링 과정에서 경기력 뿐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또 다른 역할이 거론되면서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나머지 베테랑 주위엔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기본적으로 재계약 갈림길에 섰지만 성과가 미비한 선수는 방출 리스트에 올랐다. 윤길현만 하더라도 SK에서 특급 불펜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계약 기간 4년, 총액 38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2016~2017년 연속으로 평균자책점 6점대에 머물렀고, 지난 시즌엔 32경기 33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엔 개막 엔트리부터 빠지더니 지난 5월3일 친정팀 SK전 등판 이후 줄곧 2군에 머물렀다. 올 시즌 1군 등판은 6경기에 그쳤고 1승1패, 평균자책점 10.8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삼성에서 롯데로 온 좌완 박근홍도 24경기 17.2이닝을 소화하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6.11로 부진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방출은 성적 부진도 있지만 개혁을 앞세우는 팀 입장에서 베테랑 대거 정리는 불가피한 일이다. 특히 수평적 소통에 중점을 두고 더그아웃 문화를 개선, 그에 맞는 감독을 살피는 롯데로서는 베테랑에게 무게 중심이 쏠린 구조를 더욱더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길현의 방출은 곧 시작이고 개편 가속도가 더 붙으리라는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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