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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전=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명색이 8강인데 행정은 수준 미달이다. FA컵의 현주소다.

3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레일과 강원의 2019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은 정시에 시작하지 못했다. 원래 오후 7시 킥오프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7시10분에 경기가 시작했다. 중계방송까지 잡힌 경기였지만 제 때 시작하지 못했다. 선수 입장은 7시2분에 이뤄졌고, 이어진 식순으로 인해 10분이나 지연됐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사정으로 인해 경기가 지연된다”라며 관중에게 사과해야 했다.

경기 시간이 연기된 이유는 양 팀의 유니폼 색 때문이었다. 홈팀인 코레일의 홈 유니폼은 상하의와 스타킹이 모두 흰색이다. 그런데 원정팀인 강원의 원정 유니폼 상하의도 흰색이라 경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FA컵 규정 제1장 대회 규정의 제16조(선수의 출전 및 장비)에 따르면 양팀 유니폼이 동일한 색상일 경우 원정팀이 보조 유니폼을 착용하게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코레일이 흰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강원이 주황색의 홈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문제는 양 팀 모두 유니폼을 하나씩만 챙겼다는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경기에 나서는 팀은 홈, 원정 유니폼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 유니폼 색이 어떻게 상충될지 모르기 때문에 만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러나 코레일과 강원 모두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대회 추체인 대한축구협회도 이 점을 사전에 조율할 수 없었다. 경기가 임박한 킥오프 약 한 시간 전이 돼서야 이 사실이 알려져 관계자들을 당혹시켰다. 클럽하우스가 강릉에 있는 강원은 물리적으로 유니폼을 공수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전을 연고로 하는 코레일이 부랴부랴 숙소에서 상하의가 파란색인 원정 유니폼 챙겨와야 했다. 이로 인해 킥오프 시간이 10분이나 지연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규정은 물론이고, 관중, 시청자와의 약속인 킥오프 시간도 준수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FA컵은 하부리그 팀의 이변을 보는 재미가 있는 대회다. 올시즌에도 내셔널리그와 K3 팀들이 선전해 관심을 받았다. 이날 대전에서는 내셔널리그의 코레일이 K리그1의 강원을 상대로 승리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극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8강이라는 상위 레벨에서조차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졸속 행정으로는 대회 권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언더독의 반란을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기본을 준수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각 구단은 물론이고 대회 주체인 협회도 다시 한 번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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