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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상무의 홍철이 9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경 | 정다워기자

[문경=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홍철(28·상주)은 캐릭터가 뚜렷한 선수다. 장난끼 넘치는 말투, 진지함보다는 명랑함이 느껴지는 태도,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자세까지.

홍철은 군입대 후 성숙해졌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 9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홍철도 “정말 많이 변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진지해졌고 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57일 남았다”라며 전역일을 간절히 기다리면서도 “남들은 떨어지는 낙엽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상주는 내 팀이고 고마운 곳이다. 끝까지 뛰고 가겠다”며 상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태극마크를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어릴 땐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 간절해졌다”라며 다음 월드컵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포토] 홍철,
축구대표팀의 홍철이 지난 6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공을 몰고있다. 로스토프 나도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고레츠카 ‘치달’ 막을 때 느낌 왔다

홍철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스웨덴전에는 결장했고 멕시코전에 교체로 들어갔다. 홍철은 “들어가면서도 얼떨떨했다. 몸을 푸는데 김남일 코치께서 오라고 하시는데 내가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였다”라며 “10분을 뛰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월드컵 데뷔전에서 높은 수준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홍철은 멕시코전 다음날 독일전에 선발로 나서게 될 것을 알게 됐다. 덜컥 걱정부터 들었다. “감독님이 주전조 조끼를 주셨다. 정말 떨렸다. 그렇게 긴장을 해본 적이 없었다. 경기 전 몸을 푸는데 프로 데뷔하는 느낌이었다. 막연하게 ‘망했다’ 싶었다. 그때 팀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서 잘못하면 검색어 1위에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기우였다. 홍철은 안정적인 수비로 독일의 공세를 막았다. 전반 초반 레온 고레츠카의 ‘치달(치고 달리기)’을 완벽하게 봉쇄하기도 했다. 홍철은 “고레츠카가 뛰는데 나를 잘 모르나 싶었다. 나도 꽤 빠른 편인데….(웃음) 1, 2차전에 안 뛴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때 느낌이 왔다. 자신감이 생겨 안정적으로 뛸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도 꿈 같다. 후반에 티모 베르너와 조슈아 킴미히 사이에서 내가 봐도 멋진 탈압박을 한 게 믿기지 않는다. 공격은 많이 못했지만 수비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알고보니 나는 수비 능력도 있는 선수인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 국가대표의 소중함을 처음 느꼈다

홍철은 2011년 2월 A매치에 데뷔했다. 그러나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기복이 있었고 부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홍철이 꼽은 기복의 원인은 ‘마음가짐’이다. “사실 어릴 땐 또 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간절함이 부족했다. 지금은 다르다. 대표팀에 계속 가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태극마크가 이렇게 영광스럽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나이로 29세인 홍철은 지금이 전성기다. 향후 3~4년은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기성용, 구자철 등 베테랑들이 은퇴를 예고한 만큼 월드컵을 경험한 홍철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홍철은 “계속 하고 싶다. 다음 월드컵에도 도전하고 싶다. 4년 후면 딱 (이)용이형 나이다. 착실하게 관리해 꼭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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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상무의 홍철이 9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경 | 정다워기자

◇ 상무 오길 잘했어, 수원 가서 달라진 모습 보이겠다

군 생활 초기까지만 해도 홍철은 상무 입대를 후회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이 홍철을 2군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몸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홍철은 “그땐 감독님이 진짜 미웠다. 그런 대우를 처음 경험했다. 입대를 후회했는데 지금은 감사한 마음 뿐이다. 축구인생에 큰 교훈이 됐다. 나중에 수원에 돌아가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베테랑이 못 뛴다고 삐딱하게 행동하면 후배들이 뭘 보고 배울까. 이제는 어떤 상황이 와도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상무에 오길 잘했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월드컵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철은 두 달 후면 원 소속팀 수원으로 돌아간다. 시즌 막판 팀에 큰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월드컵에 다녀온 뒤 수원 클럽하우스를 방문했다. 다들 격려해주셨다. 마음이 편해졌다. 팬들도 기다리는 것을 안다”며 수원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이제는 돌아가면 고참이고 베테랑이다. 옛날처럼 장난만 치는 캐릭터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신병들 앞에서 근엄한 고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군대 와서 정신 차려도 나가면 다시 돌아간다는데 그 기간이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라며 이미지 변신을 예고했다.

일단 전역 전까지 상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그는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후 선수들과 함께 엉엉 울었다. 그때 일을 통해 상주가 완벽하게 내 팀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상 걱정 접어두고 최선을 다하겠다. 다치면 그것도 운명이다. 내가 변하게 해준 팀을 위해 전역 전날까지 끝까지 뛰겠다. 현재 도움 1위인데 수원에 가면 (염)기훈이형이 킥을 할 테니 여기서 최대한 많이 올리고 가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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