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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서울 감독이 지난 달 1일 인천과의 홈 경기 도중 메모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황선홍 감독이 결국 FC서울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서울 구단은 “황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에 사의를 밝혀왔다. 구단은 고심 끝에 황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서울은 후임으로 이을용 코치를 감독 대행에 임명, 올시즌 끝날 때까지 맡긴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대행은 2일 경남과의 원정 경기부터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성적 부진의 충격파가 한국 축구사 한 획을 그었던 인물 황 감독의 시련으로 이어졌고, 사임이라는 안타까운 결말로 완결됐다.

황 감독의 2018년은 그야말로 고비의 연속이었다. 서울은 올 겨울 앞두고 심장과 같았던 공격수 데얀이 라이벌 수원으로 떠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이어 윤일록과 오스마르 등 핵심 미드필더들까지 일본 J리그로 보냈다.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시즌을 맞은 황 감독은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야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성적 부진의 직격탄으로 연결됐다. 초반 3무2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서울은 지난 달 11일 포항과 홈 경기 승리로 한숨 돌렸으나 14일 울산 원정 패배로 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 때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이 두 차례 SNS를 통해 황 감독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사태는 성적 부진을 넘어, 감독과 선수간 갈등으로 번졌다. 21일 대구와 홈 경기에서 신예 조영욱을 전격 기용, 3-0 완승을 거두고 위기 탈출을 다시 모색했으나 25일 최하위 전남에 충격적인 1-2 역전패, 28일 상주와 홈 경기에서의 맥 빠진 0-0 무승부가 겹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던 것으로 보인다. 5월5일 어린이날 수원과의 슈퍼매치 홈 경기를 앞두고 감독직을 떠나게 됐다. 서울은 4월 30일 현재 2승4무4패로 12개 구단 중 9위에 그쳐 있다.

황 감독의 사임 배경에선 멀어진 팬심과도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데얀이 떠나면서 서울 팬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는데 황 감독의 새로운 축구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3월11일 강원전 1-2 역전패 때부터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는 얼마 전 상주전까지 흐름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최근엔 두 차례 홈 경기가 주말에 열렸음에도 7000명대에 그치는 등 서울의 위상과 어울리지 않는 흥행이 기록됐다.

황 감독은 지난 2016년 6월 서울에 왔다. 최용수 전임 감독이 갑자기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기면서 이탈리아 유학 도중 갑자기 왔다. 부임 첫 해엔 대성공이었다. 시즌 최종전 원정 경기에서 박주영의 결승포에 힘입어 전북을 1-0으로 누르고,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 해 1부리그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문제가 생겼다. 5위에 머무르면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확보에 실패했고, 지난 겨울 데얀 등의 이적 때도 황 감독을 보는 서울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황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2018년 역동적인 축구, 젊은 축구로 서울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으나 10경기 만에 그의 다짐을 내려놓게 됐다.

황 감독의 축구 인생에도 큰 고비가 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 때 숱한 골 찬스를 놓쳐 비판을 받았던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선제 결승포와 4강 신화로 ‘해피 엔딩’을 맞았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부산 감독이던 2010년 FA컵 준우승, 포항 사령탑이던 2012년 FA컵 제패, 2013년 사상 첫 더블(1부리그+FA컵 동반 우승) 달성으로 승승장구했다. 2년 전 명문 서울의 벤치에 앉은 뒤에도 첫 해엔 웃었으나 2018년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 발 물러나게 됐다. 그의 새로운 지도자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하게 됐다.

지난해 서울 코치로 부임한 이 대행은 2002 한·일 월드컵 터키와 3~4위전에서 시원한 프리킥골을 넣은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서울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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