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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영철 씨와 본지 김현기 기자, 북한 김승철 씨(왼쪽부터)가 지난 5일 강릉시 관동하키센터 앞에서 10개월 만에 재회, 기념촬영을 했다.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리가 이렇게 만났습네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강릉에 입성한 뒤 첫 훈련에 몰두하던 지난 5일 관동하키센터. 기자는 라커룸 쪽 관중석을 빙 돌아 관중석 계단 맨 밑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곤 “김영철 선생~”하고 불렀다. 그러자 단일팀 북측 간판 선수 정수현과 다정하게 대화하던 두 남자가 위를 쳐다보더니 손을 흔든다. 그는 기자를 보며 “오, 언제 오셨습네까”라고 물었다. 이에 “강릉에 온 지는 조금 됐고 오늘은 김 선생도 볼 겸 이렇게 여자 아이스하키 훈련장에 왔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리고 몇 십분 후 관동하키센터에서 프레스센터로 가는 길목에 이들을 다시 만나 길게 해후할 수 있었다. 다른 언론에서 이름을 공개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숨길 이유는 없다. 둘은 지난 한 주간 북한 선수단 초과 논란을 일으켰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속에 비밀 요원이 있다”고 소개했던 두 사람, 바로 김영철과 김승철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선생이란 호칭을 붙였다. ‘김영철 선생’은 북한에서 가져온 담배를 차분히 태우고 있었다. ‘김승철 선생’은 자신들과 동행하는 한국 인사들과 대화하는 중이었다.

둘과의 인연은 지난해 4월 역사적인 여자축구 평양 원정으로 거슬러 흘러간다. 김승철은 당시 한국여자축구대표팀 단장이었던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항상 따라다녔다. 김 부회장을 상대하는 북측 파트너인 셈이었다. 김승철은 지난해 6월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시범단을 따라 한 차례 방남한 적이 있었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같은 차를 타고 다니던 김승철은 당시에도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기자와 만나 악수와 안부를 건네고 돌아갔다. 김영철은 취재단을 관리했다. 지금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25인승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처럼 당시 평양 취재단도 25인승 버스를 타고 다녔다. 김영철은 항상 버스에 동승해 때로는 취재단의 요구를 들어주고 때로는 통제했다. 김일성 경기장 기자석에서 그가 갖고 온 한국식 믹스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

둘은 평양 원정 당시 5박6일간 같이 다녔던 남과 북의 사람들을 묻는 안부에 입을 쉽게 열었다. “(남측의)석○○ 선생(역시 기자)은 지난번 진천선수촌에 와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다른 선생들은 강릉에 한 번 안 옵네까?”, “음식이 제 입맛에 안 맞아서 엄청 고생 중입네다”라고 호소했다. 그것 말고는 큰 불편이 없다고도 했다. 기자는 “박○○ 선생은 지난번 고위급 회담 때 판문점을 넘어오는 사진을 봤는데 한 번 만나고 싶다”, “추운데 감기 걸리지 말고 조심히 다니시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응원단과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이 들어온 7일에는 아이스하키 훈련장에 나타나질 않았다.

언제 또 볼지 몰라 사진을 한 장 남기기로 했다. 김영철 선생과는 지난해 평양에서 중국 선양으로 가기 전 순안공항에서, 김승철 선생과는 북한 최고의 음식점인 옥류관 VIP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남측에서 재회해 또 한 장의 사진을 남기게 됐다. 기자가 “순안공항으로 가는 길에 평창 올림픽때 꼭 오시라고 했는데 진짜 이뤄졌습니다”라고 말하자 둘은 “또 봅시다”라고 했다. 서로를 반기고, 좋아하면서도 남과 북의 관계 때문에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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