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8번홀  그린을 살피고 있다

[서귀포=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샷감이 좋아지고 있다. 이제 뭘 해야할지 깨달았다.”

긴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이정민(25·비씨카드)이 모처럼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정민은 27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핀크스 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에 보기없이 버디 3개를 잡았고 후반들어 버디 3개, 보기 2개를 2타를 더 줄였다. 마지막 9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핀 2m 거리에 붙인 뒤 깔끔한 버디로 마무리한 이정민은 “바람이 없어 플레이하기가 좋았다. 샷감도 괜찮아 남은 이틀도 잘 풀어나가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KLPGA 투어 8년 차로 통산 8승을 자랑하는 강자인 이정민은 지난 3월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더는 승수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긴 슬럼프

때문이다. 2015년 3승을 거두며 투어의 대표 강자로 자리잡았던 그는 이듬해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끝도 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6월 이후엔 컷탈락만 7차례, 기권을 두번이나 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면도날 아이언 샷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12번의 컷을 당하며 상금순위에서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내년까지 시드권을 갖고 있지만 이 상태라면 그 이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슬럼프는 부상의 탓도 있지만 스윙 폼을 교정한 것이 독이 됐기 때문이다. 이정민은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데 무리가 가서 덜 아픈 스윙을 해보려고 했다. 폴로스로우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을 추구했는데 나에게 맞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원인을 알았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알게됐다. 1년만에 다시 안성현 프로님에게 돌아가 나에게 맞는 샷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권에서 군림하다 갑자기 하위권 밀려난 순위에 충격을 받았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올해 워낙 못쳐서 그런 것에 충격받을 처지도 못된다.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내년에는 잘 할거라고 믿고 있어 시드 걱정도 안한다”고 웃었다. 이정민은 여전히 시크했다. 특유의 넉넉한 미소도 보기 좋았다.

한편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는 이효린이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가운데 이승현, 김혜선, 이선화, 홍예은이 6언더파 공동 2위를 형성했고, 그 뒤를 이정민, 이정은, 최혜용, 이소영, 김지희 등 9명이 1타 차로 추격하는 구도를 형성해 나머지 라운드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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