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2회말 우르르 무너진 NC 선발투수 이태양
NC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승부조작의 검은 그림자가 다시 KBO리그를 덮쳤다. NC 사이드암 투수 이태양(23)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같은 날 삼성 안지만도 대구지검으로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자금을 댄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2년 KBO리그 존폐를 위협했던 승부조작 파문을 겪고서도 일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클린 스포츠’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창원지검은 최근 해외 도피 중이던 승부조작 브로커를 검거 해 강도높은 조사를 펼치던 도중 이태양의 가담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상당수 확보해 이르면 21일 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이태양을 기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NC 이태일 대표는 이날 오후 “이태양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선수단 관리의 최종 담당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아껴주신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관계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해당 선수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 진행과는 별도로 KBO 규약에 의거 실격처분과 계약해지 승인을 KBO에 요청하겠다. 아울러 구단 또한 선수관리 미흡에 대해 KBO의 제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의 칼이 KBO리그를 겨누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창원지검에 따르면 승부조작을 주도한 브로커와 이에 가담한 이태양 사이에 수 천만 원 이상의 금전적 대가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승부조작 방식은 1회 초구 볼, 볼넷 등의 방식으로 2012년 LG 박현준 김성현이 가담했던 방식과 흡사하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이태양은 2013년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선발로 활약하며 10승 5패 방어율 3.67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유력한 선발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올해 10경기에서 2승 2패 방어율 4.21로 들쭉날쭉한 투구를 하다 지난달 28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번 사태는 한국야구위원회(KBO)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단체에서 기울인 대규모 자정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012년 야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박현준과 김성현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선고를 받은 뒤 KBO뿐만 아니라 10개구단 전체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각종 교육을 진행해왔다. 정부차원의 자정노력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센터를 운영하면서 5개구장에서 진행하는 전 경기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했고 구장 마다 전직 경찰 출신으로 구성된 ‘암행관찰관’을 수시로 파견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구장에 나가는 경기운영위원은 물론 각 팀 감독도 선수들의 표정 등을 예의주시하며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불상사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노력들이 결국 허울뿐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 사회적 파장과 충격이 더욱 크다.

2012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지난 2012년 3월, 한국야구위원회 구본능(오른쪽 다섯번째) 총재와 각 구단 사장단이 승부조작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부정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이태양 외에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창원지검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2012년의 확장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검찰은 “2012년 사건과 이번 사건은 별개 사안”이라고 밝혀 프로 야구에 승부조작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에둘러 밝혀 야구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KBO측은 지난 2012년 사태에서도 “특정구단의 극소수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깨끗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2~3년 사이 해외 원정도박과 인터넷 불법도박, 성추문 등 사생활 논란이 잇따라 불거져 선수들의 프로의식 결여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 안지만이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에 자금을 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지만이 받고 있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승부조작은 물론 불법 도박사이트 가담자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BO를 비롯한 10개구단 관계자들은 일련의 사태가 극소수 선수에 국한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겠지만 죄의식 없는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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