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구겐하임, 첼시미술관 등 유명 컬렉션 작가 학고재서 3년만의 개인전


[스포츠서울 왕진오기자] "아주 이름 없이 구르는 돌멩이같이... 타협하지 않고, 혼자되는 것조차... 아무튼 살아야 한다고."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시인, 화가로 유명한 밥 딜런이 2005년 발표한 '구르는 돌멩이처럼' 가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진 마이어슨 작가.(사진=왕진오기자)


노래 가사처럼 낮선 이국땅에서 거친 인생을 살며 붓을 들고 자신만의 입지를 세운 화가 진 마이어슨(Jin Meyerson, 44)이 3년 만에 대형 그림을 들고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4월 13일부터 개인전을 진행한다.


전시 타이틀 '노 디렉션 홈'은 밥 딜런의 노래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후 그의 삶은 20년 동안 뉴욕, 파리, 자카르타, 홍콩, 서울 등 멈추지 않고 돌고 있는 돌멩이와 같은 이주 과정을 거쳤다.


마이어슨의 작품에는 포물선 모양을 띤 수많은 곡선과 다양한 색이 혼합되어있다. 촬영한 이미지나 수집한 데이터를 컴퓨터 스캔위에 올려놓고 돌리면서 얻어낸 이미지를 그의 역동적인 붓질로 물감이 덮이는 작업이다.


▲진 마이어슨, 'I open my mouth to eat you'. 188 x 266 cm, 2015.


전시장 한 편을 가득 채운 4m짜리 대형 작품 '스테이지 다이브(Stagedive)'는 조선소나 철강공장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그의 생각을 그려낸 작업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이미지를 강요하게 보다는 각자의 자유의지대로 몰입되기를 바란다.


마이어슨은 대학 시절부터 움직임과 속도감에 주목한다. 이후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움직임' 또는 '속도감'을 통해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잡지, 텔레비전,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의 소재를 찾는다.


그는 역동적인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방식을 접한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포토샵을 집중적으로 이용해 작업했다.


사진과 스케치에 포토샵의 소용돌이와 물결 효과를 적용시켜 얻은 이미지를 캔버스에 회화로 표현한다.


▲진 마이어슨의 개인전 ‘노 디렉션 홈’이 열리고 있는 학고재갤러리 모습.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마이어슨은 현대 장르로서의 회화를 제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진 기술의 도래와 함께 회화와 함께 사라지거나 잊힐 위기에 놓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회화는 그 고유의 감촉성과 유일성, 그 안에 내재된 모호성과 신화 같은 것들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어슨은 그 명맥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붓과 물감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찌그러지거나 뒤틀리고 또 통째로 이어진 듯 한 유기적인 도시 풍경을 선보인다. 특정 장소의 모습은 아니다. 작가 내면에 살아있는 장소를 그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어슨은 "제 작품이 교훈을 주거나 관람자를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본인에게 보이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일방적인 메시지를 경계한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wangp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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