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1819 copy
배우 강동원. 제공|쇼박스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누가 그에게 신비주의라는 포장지를 씌웠을까? 강동원 스스로는 아닌 것 같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우아하게 인터뷰를 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정작 그의 보온병에 담긴 것은 재첩국이었다. 사진을 배급사 측이 제공하기로 해서인지 뻗친 머리 그대로 인터뷰에 나선 그는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싫어 ‘의리남’이라는 말이 싫다”, “팬들에게도 못해주는 건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고 했다. 쉽지 않은 배우 강동원의 매력을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을 통해 풀어봤다.

◇뒷담화도 귀찮다

요즘 강동원은 “귀찮아서 뒷담화도 안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누가 그런 얘기 하면 맞장구도 치고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이 아깝다. 중요한 일(영화)이 있는데 어이없는 것 가지고 감정 소모할 시간이 없다.” YG엔터테인먼트로의 합류도 같은 맥락이다. “사소한 일까지 내가 모두 처리하기에 시간이 아까웠다”는 강동원.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을까? “모르겠다. 너무 재미있다. 중독되고 있는 것 같다.”

검사외전
검사외전 강동원. 제공|쇼박스

◇팬서비스? 못 하는 건 못한다

강동원의 팬이 되려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아이돌가수가 팬들을 위해 역조공(연예인이 팬에게 선물하는 것)하는 시대라지만, 강동원은 “못하는 건 못한다고 잘라말한다”. 지난 해 사제복패션으로 화제가 된 ‘검은 사제들’ 이후 유입된 어린 팬들이, SNS 해달라는데 ‘못한다’고 했단다. “놀라는 새 팬들을 오래된 팬들이 ‘원래 저런다’며 다독이더라”며 웃었다. ‘비싸게 구는’ 이 배우에게서 팬들은 왜 빠져나가지 못할까? “내가 팬들에게 딱 하나 장담하는 것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출구가 없다.

◇의리남은 싫다

지난 해 강동원은 자신의 친구이자 가수 주형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의리남’ 이미지를 더했다. 강동원은 이 단어가 싫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싫다. 그런 말을 하면 뭔가 나쁜 짓도 하면 안될 것 같고.”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렇다고 딱히 나쁜 짓도 잘 안한다”니까. 나쁜 짓을 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믿음이 있다면 싫어도 한다

싫은 건 못하지만, 또 좋으면 잘 하는 게 강동원이다. 지난 해 영화 ‘검은사제들’ 개봉 당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날씨 소개’까지 해 화제가 됐다.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내 얘기 하는 것이 싫다. 배우로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강동원이었는데 ‘뉴스룸’은 왜 출연했을까?

“손석희 씨를 좋아해서 출연하게 됐다.” 역시 간단명료한 대답. 의례적인 질문과 답으로 끝날 수도 있는 출연에서 날씨소개까지 한 이유는 뭘까? “좋아하는 사람, 믿을만한 사람이 시키는 건 싫어도 잘한다”고 했다. 역시 상남자다.

검사외전
배우 강동원(왼쪽)과 황정민.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나는 작업하기 수월한 배우다

강동원은 “다른 건 몰라도 작업하는 동안은 나만큼 수월한 배우가 없다”고 자신했다. “해달라는 거 웬만하면 다해주고 고집도 잘 안부린다. 실갱이 하는 시간이 아깝다.” 다만 조건이 있다. “내가 믿는 사람일 경우에만 한다. 머릿 속에 그림도 없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자는 것까지 다 해주진 않는다.” 역시 만만치가 않다.

◇묵묵히 따라가는 건 안한다

“선배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건…저는 하기 싫어요.” “묵묵히 따라가겠다”고 했으면 오히려 안 믿어졌을 것 같다. 그가 벗어나고 싶은 길은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다. “한국영화를 해외무대에 소개하는 것이 우리 세대 배우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그는 “내가 샴페인을 터뜨린다면 한중일 동시개봉할 때가 아닐까?”라고 했다.

[SS포토]\'검사외전\' 강동원 레드카펫, \'참치 오빠 보러왔어요!\'
배우 강동원.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내 안의 한치원

이번 영화 ‘검사외전’의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은 평소 강동원과는 전혀 다른 인물. 100% 경상도 사나이에게 능청맞으면서도 귀여운 한치원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 밑바닥 어딘가에라도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배우다. 시사에서 화제가 된 막춤 신에 대해 “클럽 다니고 그런 성격 아니라 준비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 배운 춤으로 하니 재미가 없어서 막춤으로 바꿨는데 찍고 나서 모니터로 내 모습을 확인하고 ‘아니 저건 뭐지?’했다. ‘아 이게 은연 중에 본 게 막 나오는구나’ 했다. 로보트 춤도 있고 별 춤이 다 있는데 마케팅 팀에서 안 풀었으면 좋겠다(웃음).” 왜 한치원이었을까? “시나리오 보고 내가 하면 새로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이 났다. ‘이건 반드시 해내겠다’고 각오하고 들어갔다.” 익숙해질만 하면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이 배우에게서 우리는 당분간 헤어나오기 힘들 듯하다.

peac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