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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전에서 뛰었던 실바(오른쪽)은 스페인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할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란 이유로 아시아쿼터를 통해 K리그로 온, 동남아 아닌 동남아 선수였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태국의 축구영웅’ 피아퐁(56)은 지금까지 33년 K리그 역사에서 유일한 동남아시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럭키금성(현 FC서울)은 1983년 창단 당시부터 피아퐁 영입에 힘을 기울였고, 결국 1984년 5월 입단 계약을 맺으면서 2년 반 K리그 활약을 펼쳤다. 피아퐁은 1985시즌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고 팀의 첫 우승도 이끌었다. 그는 3년간 K리그에서 43경기에 출전해 18골 6도움을 작성했다. 특히 개인타이틀 2관왕에 오른 1985시즌에 12골 6도움을 일궈냈다.

피아퐁은 태국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역시절 A매치 129경기에서 103골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공격력을 통해 팬들의 사랑을 듬뿍받았다. 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2007년과 2010년에 한국을 방문, 국내 축구인들과 만나며 ‘K리그 올드팬’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그러나 피아퐁이 1986시즌 뒤 태국으로 돌아가면서 K리그 내 동남아 선수 명맥은 20년 넘게 끊겼다. 2009년부터 K리그 내 아시아쿼터가 생겨 동남아 선수를 활용할 제도가 생겨났으나 모든 구단들이 고개를 돌렸다. 지난 7월 대전이 필리핀 국적 수비수 실바(31)를 영입했으나 그는 동남아 선수로 보기 힘들다. 그는 스페인과 필리핀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스페인 안두하르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모두 스페인인이지만 할머니가 필리핀인이다. 그는 줄곧 스페인 국적자로 지내다 지난해 초에 필리핀 국가대표팀 합류를 위해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케이스다. 실바는 지난 해부터 필리핀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A매치 3경기에 출전했다. 대전 관계자는 “아시아쿼터로 활용하기 위해 필리핀 국적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을 했다. 국적만 그렇지 아시아인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 서울이랜드, 안양 등 챌린지 구단들을 중심으로 동남아 선수의 영입을 검토하거나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경기력 대비 몸값이 비싸거나 협상 과정에서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동남아 선수들 실력에 대한 선입견도 한몫 했다. 인천 입단을 확정한 베트남 청소년대표 르엉 쑤언 쯔엉(20)은 아시아쿼터 도입 뒤 처음 K리그를 밟게되는 ‘순수한’ 동남아 선수가 됐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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