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6이닝 동안 삼진 10개로 한국 타자들 압도한 오타니 쇼헤이
일본의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삿포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오타니와의 매치업이 장소를 옮겨 성사됐다. 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개막전 상대였던 일본과 준결승전을 가진다. 상대 선발은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이다. 한국대표팀은 오타니의 벽을 넘어야 결승 무대로 향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공략법은 나와 있다. 오타니의 변화구를 버리고 주무기인 속구를 공략해야 한다. 또한 투구수에 연연하지 않고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공략해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답이 나와 있는 문제를 맞추기 위한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구가 아닌 속구에 답이 있다

오타니의 최대 강점은 160㎞에 육박하는 강력한 빠른볼과 일반적인 투수들의 속구 구속인 140㎞대 포크볼을 구사하는데 있다. 여기에 간간이 제구까지 겸비한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던지며 타자의 대처를 무력화 시킨다. 뭐니뭐니해도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속구다. 오타니가 빠른 공를 던질 때 보면 공과 손바닥 사이에 간극이 확실히 넓어 보인다. 체구에 맞게 손이 커서 중지와 검지로 실밥을 찍어 던지는 모습이다. 최근 2년 동안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오승환과 비슷한 속구 그립이다. 변화구는 손바닥 전체로 공을 잡아 던지는게 일반적이지만, 속구는 손가락으로 찍어 던질수록 많은 회전이 걸리면서 공끝이 살아난다.

‘괴물’ 오타니를 공략하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의 가장 강한 무기인 속구와의 정면 대결이다. 여러 구질 중에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기에 노려치기에 적합하고 대표팀 타자들도 빠른 공에는 어느 정도 이력이 나 있다. 개막전에서 오타니의 속구는 한 번 경험했기에 조금은 익숙해졌을 터. 또한 운동학적으로 속구를 노려야 변화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 변화구를 노리다가 속구를 칠 수 있는 반사신경을 가진 타자는 없다. 반대로 속구를 기다리다가 변화구에 대응할 수는 있다.

야구 격언 중에 ‘한가지만 노려쳐라’가 있다. 오타니와 같은 강속구 투수와의 승부에서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고 공격해야 승산이 높다. 여러 가지를 노리고 타석에 섰다가 볼카운트 싸움에 밀리게 되면 이겨내기 힘들다. 빠른 공을 그대로 두면 변화구 위력까지 덩달아 살아나 대표팀을 괴롭힐 것이다. 대표팀 타자들은 오타니의 빠른 공에 중점을 두고 타격하면서 그의 변화구를 커트한다면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빠른 공에 승부를 걸었다면, 초구부터 과감하게 노려야 한다. 타자가 타석에서 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에 밀리면 밀릴수록 승산은 떨어진다. 오타니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상당히 높다는 점은 개막전을 통해 확인했다. 오타니는 한국과의 재대결을 앞두고 개막전 상황을 다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두번째 대결이기에 볼배합의 변형은 있겠지만,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타석에서 타자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허용하면, 곧이어 2스트라이크로 몰릴 확률은 80%에 달한다. 투수 입장에서 보면, 1스트라이크 이후에 공 2개를 던지면 타자가 그 중에 1개는 파울이나 헛스윙을 한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은 투수는 공 2개의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는데, 그만큼 2스트라이크도 쉽게 잡을 수 있다. 그 확률이 80%다. 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으로 가는 것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련의 과정 및 결과가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의 위력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오타니는 타고난 기량에 경험을 더하며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타자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향해 힘껏 스윙하면 투수를 긴장시킬 수 있다. 야구는 심리전이다. 오타니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내주면 결과적으로 80%는 지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가 좋은 투수’이고, ‘기다리는 타자치고 잘 치는 타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오타니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할 것이고 우리 타자는 그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초구 싸움은 투수와 타자가 서로의 패를 꺼내놓고 다투는 오픈된 링이다. ‘끝판왕’ 오승환 사례처럼 알고도 치기 어려운게 빠른 공이지만, 오타니도 모든 공을 100% 완벽하게 던지지 못한다. 결국은 로케이션에서 어긋난 실투를 어떻게 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잘 치겠다는 의욕보다 (실투를) 놓치지 않겠다’는 집중력이 대표팀 타자들에게 요구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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