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이영표 해설위원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7일 슈퍼매치 해설을 맡는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내가 뛰었던 유럽 어느 라이벌전 못지 않다.”

‘슈퍼매치’가 다시 팬들을 찾는다. 국내 프로축구 양대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서울과 수원이 27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시즌 두 번째 격돌을 선보인다. ‘아시아 최고 라이벌전’,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7대 더비’, ‘K리그가 자랑하는 명품’…. 시원한 바람이 부는 토요일 저녁, 축구를 넘어 감동을 선물하는 서울-수원 대격돌을 경기장에서, 혹은 텔레비전으로 관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이번엔 한 가지 재미가 더 추가됐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국민해설가’로 자리잡은 이영표(38) KBS 해설위원이 현장에서 시청자들에게 맛깔 나는 해설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부터 3년간 서울 전신 안양에서 뛰며 수원과의 라이벌전을 겪었다. 또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등 강력한 지역 맞수를 갖고 있는 구단에서만 해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슈퍼매치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족집게 해설을 뽐내는 그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스포츠서울이 이 위원을 단독으로 만나 자세하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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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해설위원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내가 뛸 땐 ‘수원 킬러’

“그 때 대단했죠.” 당시 안양과 수원이 벌였던 라이벌전은 ‘지지대 더비’로 불리며 지금의 슈퍼매치 원조 격으로 팬들 사랑을 받았다. 김호(수원)와 조광래(안양)라는 두 명장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분위기와 경기력은 한 단계 상승했고, 결국 K리그 전체의 격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안양 소속이었던 이 위원도 3년간(2000~2002년) 그 열기 속에 빠졌음은 물론이다. “3라운드씩 3년간 9번을 했다. 진 적이 거의 없었는데…”라고 전하는 이 위원 말대로 당시 안양은 ‘수원 킬러’였다. 정규리그에서 안양은 수원을 상대로 내리 8연승을 챙기다가 이 위원이 PSV로 옮기기 직전인 2012년 11월에서야 한 번 졌다. 이 위원은 수원이 이긴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 뛰며 도움 3개를 기록했다.

“안양에선 왼쪽 풀백은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왼쪽 윙으로도 투입되며 상대 에이스 잡는 역할을 자주 했다. 골키퍼 빼고는 다 해본 것 같다”는 그는 “수원전에선 서정원 현 감독이 상대 키플레이어였고, 내가 전담 마크맨을 담당했다. 서 감독이 오른쪽 윙으로 나오면 난 왼쪽 풀백으로, 서 감독이 왼쪽 윙으로 나오면 난 오른쪽 풀백으로 갔다”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입단 첫 해 팀 부주장을 맡았다. 큰 의미는 아니고 김귀화 당시 주장(현 김해시청 감독) 심부름 역할이었는데 (김귀화가)어느 날인가 수원전에 나오질 않아 내가 주장 완장을 차고 동전던지기를 하러 갔다”는 이 위원은 “수원에선 당시 주장으로 고참인 신홍기 전 대표팀 코치가 있었다. 그런데 1년차인 내가 오니까 (수원에서 동갑인)고종수(현 수원 코치)를 보낸 일이 있었다”고 했다. 동전던지기 등 사소한 것에도 ‘질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시기였다는 뜻이다.

[SS포토]인기 폭발 이영표 해설위원
이영표 KBS 해설위원(오른쪽)이 지난 해 6월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가나 평가전에 앞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14. 6. 10. 마이애미(미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슈퍼매치, 북런던 더비 못지 않다

이 위원은 2003년 유럽 진출 뒤에도 틈나는 대로 슈퍼매치 현장을 찾았다.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두 클럽 모두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지금은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수도권 두 구단의 성장을 반긴 이 위원은 유럽 3개 구단을 포함,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 등 자신이 뛴 구단들의 라이벌전 못지 않은 열기가 슈퍼매치에 있다고 전했다. “PSV 시절엔 아약스가 있었고, 토트넘에서 뛸 땐 아스널이란 맞수가 있었다(북런던 더비). 도르트문트엔 샬케, 알 힐랄엔 알 나스르, 밴쿠버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미국 시애틀 사운더스가 존재했다. 밴쿠버-시애틀전엔 항상 5만명 넘게 몰려들었다”는 그는 “아스널전을 치르고 3시간 동안 구장을 빠져나가질 못하고 있는데 상대 팬들이 우리 버스를 보더니 이물질도 던지고 야유도 보내는 등 격렬하게 대응했다. 축구가 뭔가, 특히 라이벌전이 뭔가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런 라이벌전을 통해 슈퍼매치를 말했다. “경기 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부담, 졌을 때 느끼는 충격, 이겼을 때 느껴지는 승리의 가치, 관중의 열기 등을 보면, 토트넘-아스널이나 도르트문트-샬케도 장난이 아니지만 슈퍼매치도 그에 못지 않다”는 이 위원은 “서로를 격려하면서도 경기장에선 공격적이고, 또 플레이 내용도 재미있다. 더비 매치에서 맛 볼 수 있는 것들이 슈퍼매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북에 밀려 주춤하는 두 구단의 분발도 촉구한 것은 물론이다. “어느 팀이나 사이클은 있어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강팀이 다른 점은 내려갔다가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지금 전북이 잘 하고 있는데 서울과 수원도 빨리 올라가고, 또 울산 같은 팀이 좋아진다면 K리그 클래식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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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수비수 이영표(왼쪽)과 맨유 미드필더 박지성이 2007년 2월4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두 팀 맞대결 도중 볼경합을 펼치고 있다. 런던 | 박진업기자 upandup@

◇이영표의 관전포인트는? 서울의 골

“수원은 안정감이 있고, 서울은 한 방이 있다.” 이 위원은 두 팀 색깔이 뚜렷하게 대비된다며 슈퍼매치가 그래서 흥미진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양 팀 분석을 상당 부분 진행한 듯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4월18일 수원이 5-1로 이겼으나 서울이 5개의 단독 찬스를 놓쳤다. 내용만 보면 한 팀이 5-1로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는 그는 “수원은 산토스와 정대세, 염기훈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다. 특히 염기훈은 2006~2014년에 경기당 0.48개 공격포인트를 올렸는데 올시즌엔 14경기 7골 7도움, 경기당 1개로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반면 서울엔 박주영이 있다. 컨디션이 나쁘고 올해 11경기 3골에 그쳐도 그가 갖고 있는 한 방은 수원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몰리나의 왼발 직접프리킥 능력도 탁월하다”고 양 팀 특징을 전했다.

두 감독의 180도 다른 다른 리더십도 승부를 예측불허로 만드는 점이다. 우선 2000년 선수로 함께 뛰며 안양의 K리그 우승을 합작했던 최용수 서울 감독에 대해선 “서울이 20일 전남에 0-2로 졌지만, 최 감독은 팀이 내려갔을 때도 한 순간 확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며 “축구에서도 변화를 많이 주고, 경기 전에도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대표팀 시절 만났던 서정원 감독은 반대다. 이 위원은 “오랜 기간 축구를 계속 지켜보면서 판단하고 실행하는 스타일”이라고 서 감독의 축구를 얘기하면서 “리더십도 최 감독과 달리 선수를 편하게 하고 믿어주며 기량을 발휘하게 하는 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이 결국 전하는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서울의 득점 여부다. “염기훈의 경기당 1도움을 보면 된다. 이는 수원이 어떻게든 경기마다 1~2골은 넣는다는 얘기”라면서 “그렇다면 서울은 무득점으로 승점을 딸 수 없다. 1~2골을 넣어야 이기거나 비길 수 있다”고 ‘콕’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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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이영표가 2002년 7월1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수원 맞대결에서 수원 이운재(오른쪽)가 볼을 끌자 이를 뺏고 있다. 안양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지상파는 기회…재미있는 축구가 답이다!

2015년 K리그 클래식은 지상파인 KBS1이 최소 16경기를 중계하기로 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연히 시청률에도 시선이 쏠린다. 4월18일 슈퍼매치는 1.7%에 불과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비교적 인기가 덜한 성남-광주의 지난 20일 맞대결은, 뉴스 직후 열린 후반전이 전반전보다 1.4%나 오른 3.0%를 찍어 K리그에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원은 지금의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열매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빨리 올라가는 것은 오히려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그는 “천천히 올라가면서 확고하게 기반을 다지는 것이야 말로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당장을 급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보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각 구단도 재미있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지상파는 가장 열려있는 채널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 위원은 “어느 누가 채널을 돌리다가 슈퍼매치나 K리그 클래식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그 때 그 시청자 눈을 사로잡기 위해선 결국 더 재미있는 경기,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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