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개그맨 최성훈이 발모제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별명을 잘못 지었나….”



199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 불렀을 일명 ‘타잔송’의 시작은 이렇다. ‘타잔이 십 원짜리 팬티를 입고, 이십 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 아아아~’ 소절이 바뀔 때마다 10원씩 차곡차곡 가격이 올라가는 이 노래는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타잔송’을 구성지게 부르던 ‘초통령’ 개그맨 최성훈(49)이 최근 사업가로 변신했다. 올해 초 그는 발모전문제품 투애니원데이즈(www.21d.kr)를 론칭하고, 발모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데뷔 초기 쓰고 나온 대머리 가발 덕분에 붙었던 ‘빛나리’ 별명과 딱 들어맞는 인생 여정이다. 최성훈은 “나이 들면서 자꾸 머리가 빠지니까 사람들이 ‘별명을 잘못 지어 그렇다’고 했어요. 결국, 머리 덕분에 이렇게 사업도 하게 됐네요”라며 웃었다.



◇‘빛나리’만 아는 ‘빛나리’ 속사정

15여 년 만에 만난 최성훈은 조금 늘어난 주름살을 빼고는 그대로였다. 젊게 보이는 데는 소복해진 머리숱이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탈모가 방송할 때부터 시작됐어요. 그때는 살짝 진행된다는 정도였는데, 나이가 드니까 점점 빠져서 안 되겠더라고요. 1000만원 들여서 머리카락을 심어도 보고 줄기세포 치료도 하고 탈모 관련해서는 정말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래도 안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양한방 전문의들이 공동개발 중인 투애니원데이즈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됐고, 자기 눈으로 변화를 확인했다. 눈에 띄게 탈모가 진행됐던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의 추천으로 사용을 시작한 지인들도 금세 효과를 봤다고 한다.



약 2년 6개월 동안 개발과 임상시험을 거친 제품은 올해 초 첫 판매를 시작, 입소문만으로 3개월간 제품이 5만개 판매 돌파 행진 중이다. 회사대표이자 임상모델이기도 한 그의 눈은 언제나 사람들의 머리를 향해 있고, 의욕이 넘쳤다. “사업을 일찌감치 시작해서 10년이 넘었어요. 여러 가지 사업을 해봤지만, 발모만큼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없으니까 더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최성훈
개그맨 최성훈이 발모제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전성기에 선택한 이른 은퇴, 그때는….

1992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문한 최성훈은 지상파 방송 3사를 두루 거치며 맹활약했다. 데뷔 첫해에 MBC 간판 개그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의 코너 ‘내일은 빛나리’로 이름을 알린 뒤 1994년 KBS2 ‘슈퍼선데이’의 농촌 시트콤 ‘금촌댁네 사람들’로 또 한번 흥행을 일으켰다. 1998년에는 ‘실드 위드 어 키스(Sealed with a kiss)’라는 시그널 음악으로 유명한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고향에서 온 편지’를 통해 국내 최초로 농촌 리얼버라이어티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기발한 기획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성공시켰던 터라 그의 이른 은퇴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사실 ‘좋은 세상 만들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개그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대본쓰고, 편집하고, 여러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그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둘을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을 접었죠.”



늦게 낳은 딸(15)은 그가 방송하던 모습을 못 봤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빠의 활동 시절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빠, 왜 방송 안해?”물어보기도 한단다. 그 역시 코미디에 대한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개그맨 황기순, 배영만, 최병서 선배가 다 일산에서 살아 종종 봐요. 요즘은 꼭 방송이 아니어도 유튜브나 팟캐스트처럼 개그를 보여줄 수 있는 창이 많잖아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만들 수 있다면 좋죠. 뭔가 재미난 걸 해보자고 궁리 중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눈에 띄는 후배 김병만, “자기 색깔로 걸어가길….”

한 시대를 풍미한 최성훈이 보는 요즘 코미디는 어떨까. 국내 코미디 시장은 KBS2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SBS ‘웃찾사’, MBC ‘코미디에 빠지다’ 등 지상파 3사의 코미디가 경쟁하는 가운데 케이블 tvN ‘코미디 빅리그’, ‘SNL 코리아’도 약진하며 제2의 코미디 중흥기를 열어가고 있다.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 더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사실 ‘개그콘서트’가 이렇게 명맥을 유지해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죠. 과거에 비해서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개그맨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더 활성화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제일 재밌게 보고있는 건 ‘SNL 코리아’에요.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패러디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후배 중 눈여겨보는 사람을 묻자 김병만, 이수근을 꼽았다. “둘다 참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개그맨이에요. 특히 병만이는 저랑 외모까지 닮아서 더 눈길이 가요. 요즘은 MC쪽으로 가지 않으면 도태돼 버리니까 다들 MC가 되려고 하잖아요. 저는 병만이가 자기 스타일의 코미디를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코미디에는 세대차이가 없어요. 재미만 있으면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누구에게나 다 통해요. 재능있는 후배들이 틀에 갖히지 않고 한발짝 앞서가는 코미디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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