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구성원은 같다. 1번부터 9번까지 지난해와 같은 타선으로 올해 마라톤을 치른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사령탑은 “올해도 대타 비중은 적다. 대타보다는 대주자와 대수비의 비중이 클 것”이라고 이라고 말했다. 베스트9 야수진을 앞세워 연속 우승을 바라보는 LG 얘기다.

같은 얼굴이 라인업을 채웠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테이블세터 구성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한국시리즈(KS)까지 밀고 나간 1번 홍창기·2번 박해민의 자리를 맞바꿨다. 캠프 평가전부터 1번 박해민·2번 홍창기로 가고 있다.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결정이다. 홍창기는 지난해 출루율 0.444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출루율 0.433으로 이 기간 리그 1위다. 출루하면 홍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번 타자 임무인 출루를 수행하는 데 있어 홍창기보다 적임자는 없다.

그런데 LG는 홍창기의 장점을 단순히 출루로 한정 짓지 않는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넷을 골라 나가는 능력에 물론, 공을 맞히는 능력 또한 특급으로 본다. 타구 방향이 골고루 퍼진 스프레이 히터이자 좌중간 우중간을 가르는 강한 타구도 꾸준히 만든다. 지난해 2루타 35개로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랐다.

보통의 타선이라면 그래도 홍창기를 1번에 놓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런데 LG에는 대표팀에서도 리드 오프 구실을 한 박해민이 있다. 그리고 8번과 9번에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문성주와 신민재가 자리한다.

즉 전체적인 조합을 고려했다. 염경엽 감독은 홍창기가 다른 팀의 3번 타자 같은 해결사 2번 타자를 할 때 더 많은 득점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1번 홍창기 출루, 2번 박해민 번트보다 1번 박해민 출루, 2번 홍창기 강공이 낫다는 얘기다. 더불어 8번 문성주와 9번 신민재가 출루해 찬스를 만들면 2번 홍창기가 다득점을 완성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어느 팀보다 타선의 짜임새가 단단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2번 타자 홍창기다.

홍창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개막전에서 하위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자 박해민과 연속으로 적시타를 쳤다. 류현진에게 K.O 펀치를 날린 순간이었다. 지난 26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클린업처럼 8회말 상대 필승조를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다. 작년에는 8월13일 고척 키움전에서 시즌 첫 홈런이 나왔는데 올해는 팀에서 가장 먼저 홈런을 쳤다.

홈런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사 역할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창기는 26일 경기 후 “장타보다는 타점을 생각하고 있다. 앞에 해민이 형도 있지만 성주와 민재도 잘 살아 나간다. 다 빠른기 때문에 득점권에만 있어도 득점 확률이 높다. 필요할 때 안타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다. 홍창기 다음은 콘택트와 파워를 겸비한 김현수, 김현수 다음은 작년 최고 1루수 오스틴 딘이다. 오스틴 뒤에는 KS MVP 오지환, 오지환 뒤에는 국가대표 내야수 문보경. 문보경 뒤에는 20홈런 포수 박동원이다.

그 결과 지난 28일에는 역대 5번째 선발전원 멀티히트 대업을 달성했다. 삼성이 LG 좌타자들에 맞서 좌투수를 꾸준히 내보냈으나 LG는 25안타를 터뜨리며 18점을 뽑았다.

쉴 틈 없는 타선으로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경기를 만든다. 홍창기의 타점이 쌓일수록 지난해 최강 타선 업그레이드도 이룰 수 있다. 작년 42회에 달했던 역전승 흐름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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