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계약 이미지
롯데 박세웅(오른쪽)이 5년 최대 90억원 다년계약을 맺고 이석환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선발투수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에 앞서 소속팀과 다년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SSG 박종훈과 문승원에 이어 이번에는 롯데 박세웅이 다년계약을 맺고 시장에 나오는 것을 포기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이번 겨울, 박세웅은 2023시즌 후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년계약으로 소속팀 잔류를 선택했다.

그만큼 계약조건이 좋았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각각 5년 최대 65억원, 5년 최대 55억원에 사인했다. 두 투수 모두 2022시즌 2026시즌까지 트레이드와 같은 변수가 없는 한 SSG 유니폼을 입는다.

만 27세인 박세웅은 계약 규모가 더 크다. 5년 최대 90억원에 롯데와 사인했다. 투수 계약을 기준으로 두면 최대 151억원의 김광현, 최대 103억원의 양현종, 95억원의 차우찬에 이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2015년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의 90억원 계약과 타이를 이룬 박세웅이다.

투수 계약은 부상에 따른 리스크가 따른다. 차우찬과 윤석민은 부상으로 계약기간을 완주하지 못했다. 윤석민은 조기에 은퇴했다. 차우찬은 선수 생명 연장을 목표로 마지막 재활에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수와 다년계약을 맺는 이유는 그만큼 투수가 귀하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는 특히 그렇다. 대형계약을 맺은 투수들 모두 소속팀에서는 대체 불가, FA 시장에 나오면 최대어였다.

수준급 선발투수의 이탈은 팀 전력에 커다란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반대로 수준급 선발투수 영입이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두산이 2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함에 있어 장원준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두산은 장원준 영입 첫 해 KS 우승을 이뤘고 두 번째해에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장원준
두산 장원준이 2015년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나바로의 좌전 타구를 김현수가 잡아내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이번 겨울 FA 대상자 중 수준급 선발투수는 없다. 박세웅이 롯데와 다년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음 겨울에도 대형 계약을 맺을 선발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2024시즌 후에는 KT 고영표(31)와 엄상백(26), 굵직한 선발투수 두 명이 FA 시장에 나온다. 고영표는 2년 연속 규정이닝을 훌쩍 넘기며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엄상백은 올해 눈부신 도약을 이뤘다. 140.1이닝을 소화해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로 맹활약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KT가 꾸준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두 투수를 사수해야 한다. 이미 내부적으로 다년계약 논의에 들어갔을 확률도 있다. 만일 이들이 앞으로 두 시즌도 활약하고 FA 시장에 나온다면 최대어가 될 게 분명하다. 엄상백의 경우 FA 시장에 나오는 시점에 나이가 만 28세다. 최전성기에 돌입하는 150㎞ 사이드암 파이어볼러를 원하지 않을 팀을 없다.

6회말 벤자민 이어 등판한 엄상백[포토]
KT 우완투수 엄상백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 5차전 6회말 벤자민에 이어 등판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2023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샐러리캡이 적용된다. 즉 이제는 대형계약이 구단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대형계약을 맺은 선수가 부진하면 구단 미래에도 먹구름이 자리한다. SSG 박종훈과 문승원은 다년계약 첫 해인 올해 다소 주춤했다. 그럼에도 롯데는 박세웅의 현재와 미래를 믿고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KT가 고영표와 엄상백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영표와 엄상백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