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울산 현대 박주영이 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홈경기 직후 우승 뒤풀이를 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울산 |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공 차는 게 좋으면 더 하는 것이다.”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7·울산 현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말했다. 박주영은 지난 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최종 38라운드 제주전 직후 울산의 우승 뒤풀이에 참여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역 생활 지속 여부를 묻는 말에 “잘 모르겠다.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만둘지, 새 길을 찾을지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축구천재’ 수식어를 달고 지난 2005년 FC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한 박주영은 2009~2014년 유럽 무대를 누빈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K리그에서는 ‘서울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수 황혼기에 접어들고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새 둥지를 찾아야 했다. 과거 대표팀 시절 사제 연을 맺은 홍명보 감독이 손을 내밀면서 올해 전격적으로 울산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리그에 나선 건 단 6경기. 득점도 없었다. 지난 4월 광저우FC(중국)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3-0 승)에서만 골 맛을 봤다. 박주영은 홍 감독 아래서 사실상 ‘플레잉코치’ 구실을 했다.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선수단의 선참이자 정신적 지주로 물밑에서 조력자 노릇을 했다. 홍 감독도 박주영을 비롯해 베테랑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후배를 다잡으며 ‘원팀’에 힘을 보탠 것에 고마워한다.

박주영은 “새 팀으로 옮겼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스스로 새 방향을 제시한 것 같아 만족한다”며 “사실 내가 크게 한 건 없다. 후배들이 워낙 잘 해줬다. 그저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또 “선수들이나 코치, 감독 모두 노력을 많이 했는데 ‘우승이 간절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깜작 우승이 아니라 2년, 3년 지속해서 우승하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주영은 애초 울산과 1년 계약을 맺었는데, 홍 감독은 그와 지속해서 동행할 뜻을 품고 있다. 다만 박주영이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 지도자로 거듭날지는 미지수다. 그는 스스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선수 은퇴 기준’을 묻자 “공 차는 게 좋으면 더 하는 것이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야 한다”며 “오늘까지는 (공 차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끝으로 친정팀 서울에 응원 메시지도 남겼다. 서울은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올라 전북 현대와 오는 27일과 30일 홈과 원정을 오가며 1,2차전을 치른다. 박주영은 “우리가 우승했으니 서울이 FA컵에서 우승만 해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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