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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지난해 7월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전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조언을 듣고 있다.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브라이언 오서가 있어 차준환의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온다.

차준환은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서 세계적인 코치 오서의 지도를 받고 있다.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연달아 피겨 남자 싱글 은메달을 따냈던 오서 코치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대 중반의 소녀 김연아를 만나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금메달을 함께 일궈냈기 때문이다. 오서는 현역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로 불릴 만큼 기술 스케이팅에 능했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뒤엔 선수들이 점프나 고난도 기술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소질에 따라 표현력을 키우고 장점을 살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실 오서가 김연아와 호흡할 땐 코치로서 초보에 가까웠다. 그러나 자신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김연아를 통해 일궈내면서 그의 주가는 단숨에 치솟았다. 2011년 스페인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2012년 일본의 하뉴 유즈루 등 두 남자 선수를 맡은 오서는 하뉴가 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2014년·2018년), 페르난데스가 세계선수권 우승 2회와 평창 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면서 위용을 천하에 떨쳤다. 오서는 차준환을 지난 2015년부터 키워내고 있다. 최근엔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까지 맡았다. 어느샌가 오서 밑으로 피겨의 별들이 모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서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서 지도하는 선수의 국적에 따라 유니폼을 재빨리 갈아입고 나오는 해프닝까지 겪고 있다. 평창 올림픽 때는 그가 어느 나라 소속으로 등록 카드를 받을까가 화제였는데 차준환을 따라 한국 선수단 소속으로 등록 카드를 받았다.

차준환이 ‘오서 사단’에 있는 것은 유·무형으로 큰 힘이 된다. 최고의 지도자 아래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심판들의 채점으로 순위가 가려지는 피겨 종목의 특성도 고려된다. 한 피겨 전문가는 “오서 아래 있다는 것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했다. ‘연금술사’ 오서와 ‘미래 재목’ 차준환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거둔 성과가 특별한 이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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