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나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법인카드를 보면 야근 식대밖에 없다. 내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희대의 막말 욕설 기자회견을 가진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하이브의 다음 반격에 가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대표는 모회사 하이브가 자신을 배임으로 고발한 지난 25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약 150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하이브가 문제 삼았던 ‘경영권탈취’ 논란에 대해서는 “직장인으로서 불만을 사담으로 나눈 것 뿐”이라며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유튜브 등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 생중계돼 최소 수십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초반에만 해도 민대표에게 불리한 듯 보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민대표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표현이 난무한 기자회견을 지켜본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줬다”, “나도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 있다”, “경영권을 찬탈할만큼 주도면밀해 보이지 않는다”며 민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결정적으로 뉴진스에 대한 민대표의 진심이 팬덤을 움직이게 했다. 그는 기자회견 다음 날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뉴진스 멤버들과 따뜻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민대표의 반격은 뉴진스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의 인기로 이어졌다. 27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하루만에 1000만뷰를 넘어섰다.

영상 밑에는 “어른들의 싸움으로 상처받게 만들어 미안하다. 응원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간 뉴진스의 주요 팬덤은 Y2K를 경험한 3040이 대다수였지만 이번 민대표의 기자회견으로 20대 MZ세대까지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차가운 공세 이어가던 하이브, ‘무속경영’ 자료로 공격 실패…다음 카드는?

민대표를 상대로 철저히 자료에 입각한 차가운 공세를 이어가던 하이브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연예계에서는 하이브가 민대표 기자회견 직전 언론에 배포한 ‘무속경영’ 보도자료가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대표의 개인 모바일 메신저를 분석한 것과 별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대기업 PR전문가는 “대체로 이런 리스크가 높은 보도자료는 최고위층이 지시해 배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이브 최고위층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하이브가 민대표 기자회견 당일,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 날 이를 뒤집는 자료를 배포한 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자료에는 오타와 개인정보까지 고스란히 적혔다. 뒤집힌 여론에 오판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브는 민대표 해임을 위해 어도어에 30일 이사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어도어 이사진은 민대표와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이 경우 법원에 요청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약 2개월 여 걸린다.

일반 직장인들의 응원과 달리 가요계 전반에서는 민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차갑다. 연봉 5억원, 인센티브 20억원, 기업가치 1000억원 CEO로서 기자회견 내내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분풀이만 했다는 것이다.

현업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고충은 십분 이해하지만 레이블을 경영하는 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면서 뉴진스를 제외한 여타 아티스트들에게 상처를 입힌 점 역시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내 새끼만 소중한’ 극성맘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민대표의 사내 갑질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중견기획사 대표는 “민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내 갈등을 지나치게 공개해 향후 양측이 한 배를 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모든 키는 뉴진스와 그 부모들이 쥐고 있다. 이들의 선택에 향방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mulga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