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 기자] 외국인 선수는 그야말로 즉시전력감이다. 미래가 아닌 현재만 본다. 쉽게 말해 경력직이다. 커리어가 중요하다. 투수의 경우 얼마나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는지, 타자의 경우 장점을 얼마나 유지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핀다. 메이저리그(ML)에서 발자취를 남겼다면 가산점을 받는다.

하지만 대성공 사례를 돌아보면 ML 커리어가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로 꼽을 수 있는 에릭 테임즈는 2014년 NC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ML에 정착하지 못한 외야수였다. 잠재력은 있지만 빅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 커리어도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 땅을 밟기 전인 2013년 테임즈의 마이너리그 성적은 98경기 타율 0.283 OPS(출루율+장타율) 0.799였다. 홈런은 10개. 도루는 8개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NC가 테임즈를 두고 주목한 부분은 나이였다. 만 26세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외국인 선수로는 어린 편이었다. 테임즈 또한 시즌 내내 ML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면서 유니폼이 바뀌는 것보다는 안정을 원했다.

그렇게 신화가 이뤄졌다. 테임즈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서 3년 동안 390경기 타율 0.349 124홈런 64도루 OPS 1.172로 펄펄 날았다. 2015년에는 47홈런·40도루로 KBO리그 최초 40·40 대업을 달성하며 MVP가 됐다. 2017년 ML 보장 계약을 맺어 역수출 사례도 만들었다.

SK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이제는 ML 애리조나 선발진을 이끄는 메릴 켈리도 그렇다. 2015년 처음 SK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적 없는 만 26세 선발 투수였다. 한국에서 4년을 보내며 매년 기량이 향상됐고 지난 5년 동안 빅리그에서 48승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올시즌 한화 외국인 구성에서 테임즈와 켈리가 보인다.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26세, 2년차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는 27세다. 둘 다 마이너리그에서 성장 과정을 밟다가 태평양을 건넜다. 마이너리그에서 페라자는 매년 장타력이 상승했고 왼손 파이어볼러 산체스는 선발 수업 막바지에 있었다.

즉 둘 다 한국에서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최전성기를 보낼 수 있다. 그만큼 가진 게 좋다. 페라자는 선구안과 힘을 두루 지닌 스위치히터. 강속구 투수 산체스는 속구를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넣을 수 있는 커맨드도 갖고 있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기복을 보인 산체스는 “작년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올해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실제로 한 시즌을 완벽히 완주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꾸준히 150㎞ 이상을 던진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과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기복만 줄이면 산체스는 KBO리그를 호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토종 20대 선수들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한 한화다. 노시환과 문동주를 중심으로 김서현, 황준서, 문현빈, 11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정민규까지 투타 구분 없이 20대 전력으로는 최고다.

결과까지 나오면 더할 나위 없다. 팀이 꾸준히 승리하면 성장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당장 올시즌 승리하면서 성장하는 청사진이 현실이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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