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피트타운(호주)=장강훈 기자] “저도 제가 어떻게 플레이할지 기대돼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이예원(21·KB금융그룹)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2024시즌을 준비 중이다. 올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등 해외무대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KLPGA투어 톱클래스 선수는 세계무대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속 자신을 더욱 강하게 담금질 중이다.

호주 린우드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시즌 준비에 한창인 이예원은 “지난해 성적이 좋았으므로 올해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될 것 같다.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예원의 2024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2024시즌 새 목표는 메이저 2관왕·다승왕

2021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이예원은 정규투어 데뷔시즌에 ‘무관의 신인왕’을 차지했다. 29개대회에서 26차례 컷통과해 딱 절반인 13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꾸준함’을 무기로 세 차례 준우승도 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절치부심해 맞은 2023년. 국내 개막전으로 치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데뷔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생애 첫 우승에도 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해 놀라움을 자아낸 그는 “사실 정신이 없었다.

우승퍼트한 순간 ‘진짜 내가 (우승)했나?’라고 생각했는데, 물세례가 쏟아지자 추위가 몰려왔고, 시상식에 인터뷰에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담담한 게 아니라 정신이 없어 그랬다”며 웃었다.

정규투어 첫승으로 막힌 혈이 뚫렸는지, 8월 치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2승째를, 10월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루키 때와 똑같은 29개대회에 출전했는데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컷 통과하더니 시즌 3승에 상금만 14억2481만7530원을 벌어들였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 1위(70.7065타)를 따내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신인왕과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 등을 모두 경험했으니 최고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그러나 이예원은 “올해 목표는 메이저 2관왕과 다승왕을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를 공개했다.

◇지키려는 순간 실수 연발 “앞을 봐야죠”

새 목표를 설정한 이유로 “골프는 지키려는 순간 실수한다. 대회 때도 6연속 버디를 낚으며 기세를 올리다가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긴장감이 확 몰려온다. 지난해 너무 좋은 시즌을 치렀지만, 지키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아쉽게 놓친 다승왕에 메이저대회 2관왕을 ‘목표 목록’에 추가했다. 그는 “지난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게 골프 인생의 모멘텀이 됐다. 정말 하고 싶던 메이저 우승이어서 확정하는 순간 소름돋았다”며 웃었다.

타이틀방어도 욕심나지만 ‘지키려다보면 실수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메이저대회를 사냥감으로 설정했다.

그는 “메인 후원사인 KB금융그룹이 주최하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한국여자오픈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게 시즌 목표”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한화클래식과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등 2주연속 치른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한 한을 올해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호주에서 숏게임 훈련도 많이하고, 코스매니지먼트나 트러블 상황에 대한 대응 등을 훈련하며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8홀을 다 돌아도 추가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도 너무 좋고,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잔디를 경험하는 것도 호주 전지훈련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무대에 나설 준비를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K-골프 최고는 세계수준, 당연히 도전해야

실제로 그는 올해 힘닿는대로 해외무대에 노크할 계획이다. 이예원은 “올해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LPGA투어를 포함한 해외투어도 마다하지 않고 출전해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시절 해외 대회를 치르면서 “다양한 필드환경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와 경쟁하는 게 무척 즐거웠다. 이런 의미에서 LPGA투어는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하는 여자선수들이 모인 무대이니까 경쟁력을 확인할 수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세계랭킹 1위, 명예의 전당 헌액 등의 꿈을 이루려면 LPGA투어에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연을 보고 골프를 시작해 박인비를 통해 ‘세계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 이예원은 “살을 찌우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웃었다. 골프는 강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국내 대회 때는 가급적 집에서 출퇴근하고, 매주 월요일은 골프채도 내려놓는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정신력과 체력을 비축한다.

그는 “친구들과 만나 영화보고 맛있는 것 먹는 게 스트레스를 날리는 취미생활”이라며 “은퇴 후 삶을 생각하기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걸 만끽하는 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단계 진화한 이예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스물한 살 이예원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투어활동을 마무리한 뒤에는 골프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편안한 삶을 살지 않을까”라며 웃은 뒤 “솔직히 골프를 제외하고는 무엇을 하고 살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프가 좋다는 의미다.

그는 “가끔 화도 나지만, 골프는 훈련한만큼 결과가 나온다. 혹독한 과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코스도 다르고, 같은 코스여도 날씨 등에 따라 공략법이 달라진다. 끝이 없는 배움의 연속이어서 질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스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직업이어서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던 그는 “신기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사인해줄까’라고 농담한다. 사실 항상 놀고 싶지만, 시즌 중에는 놀 생각 자체를 못한다. 대문자 A형이어서 머릿속으로는 ‘대충대충 쳐볼까?’라고 생각하지만, 필드에 나가는 순간 신중해진다”며 남모를 고민(?)도 얘기했다.

그래도 ‘골프선수 이예원’이 좋다는 그는 “지난해 시즌 후 우승순간 등을 만끽했다. 올해도 시즌을 잘 치른 뒤 내가 나온 영상을 검색해 돌려보는 것으로 내게 선물하고 싶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며 미소지었다. 천생 골프선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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