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개그맨 김원효가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보지 말라”는 강수까지 뒀다. 상대는 일반인들이다.

발단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었다. 해당 단체는 지난 10일 ‘개콘’ 제작진을 향해 “혐오와 차별을 피해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여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아울러 “인권 감수성을 거스르지 않는 수준의 가이드 라인을 지켜달라”고도 했다.

내용만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개콘’을 준비하는 연출진이나 개그맨들에겐 상당히 압박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발언에 김원효가 손을 들고 나섰다.

김원효는 “그냥 보면 안 되나요? 단체가 뭐라 하는데 단체로 좀 와서 봐라”고 남겼다. 나아가 해당 매체 채널에 게재된 시민단체 관련 게시물에 직접 “정치하는 엄마들 말고 평범한 엄마들은 차별 없이 시청해 줄 거죠? 우리는 특정 단체를 위한 개그 프로가 아닙니다”라고도 전했다.

이후 김원효는 일부 시청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보수정권만 욕한 앞잡이 ‘개콘’”이라는 발언에 “모든 정권을 다 풍자했다”고 답했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는 요구에는 “이전에 어떤 개그에 어떤 개그맨이 어떤 한쪽을 비판했는지 명확히 말해달라. 저희는 ‘개그콘서트’지 ‘정치개그콘서트’가 아니다”고도 했다.

유명세가 있는 개그맨이 다른 일반인들과 다투는 것 자체가 꽤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도 김원효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개콘’에서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은 김원효여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개콘’의 아킬레스건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 아닐까 해석된다.

2000년대 코미디 중흥기를 이끈 KBS2 ‘개그콘서트’가 몰락한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건 각종 제약이다.

여러 개그맨이 동시에 합을 맞춰야 하는 공개 코미디는 무대라는 특성상 ‘개콘’의 인기 코너는 자극을 동반했다. 때론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왔다. 이 역시 적절한 범위에서 찾아내야 하지만 때론 시청자의 불쾌감을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온갖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1위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에 유독 가혹했다. 논란이 일면 해당 코너는 인기와 무관하게 사라지기 일쑤였다. 방송국에선 보호는커녕 ‘시청자 목소리’란 명목으로 제작진과 개그맨들을 더욱 압박했다.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야기 위주의 그리 웃기지 않은 개그만 선보였고, 결국 ‘코미디 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방송가를 떠났다.

결과적으로 제약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튜브 플랫폼에서 코미디가 부활했다. 유튜브라고 해서 온통 자극적인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닌데, 표현과 소재 면에서 자유가 주어지자 채널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코미디 클럽 소속 채널인 숏박스, 피식대학, 면상들, 빵송국, 스낵타운 등의 주역은 지상파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지자 새로운 곳을 찾은 무명 개그맨들이 피와 땀을 흘리는 노력으로 새로운 터전을 찾은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수년간 본 가운데 ‘개콘’의 부활을 염원하는 개그맨에게 정치하는 엄마들의 발언은 생존을 위협하는 압박성 발언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웃음이 가학과 선정, 편견, 차별과 혐오를 동반해왔던 터라 해당 단체의 걱정이 이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균형감도 필요하다.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를 의미하는 신조어 ‘방방봐’가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너무 지나친 자극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 역시도 제작진과 코미디언들이 자정작용 하는 장이 먼저 마련되는 게 순서로 보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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