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인정사정없이 절대 안 봐줄 겁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에서 한국대표팀이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승 무실세트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를 준비한 지 한 달여 만에 거둔 쾌거다. ‘원팀’으로 대회 금메달을 딴 LoL 선수단은 이제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10월 10일 한국에서 열리는 ‘LoL 월드챔피언(롤드컵)’ 준비에 돌입한다. 어제의 동지에서 내일의 적이 됐다.

한국 LoL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이겼다. 지난 한 달여간 쪽잠을 이루며 하루 16시간 연습 강행군으로 흘린 구슬땀을 아시안게임 ‘초대 금메달’로 보상을 받은 셈이다.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시상식을 마친 LoL 대표팀은 선수촌으로 복귀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정균 감독을 비롯해 이재민·김동하 전력분석관, 결승전에 나섰던 다섯 명의 태극전사들이 함께 했다.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페이커’ 이상혁은 설상가상 무작위 도핑테스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인터뷰에 뒤늦게 합류했다.

하루 16시간 연습 강행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오직 ‘금메달’을 향한 집념하나로 이겨냈다. 그리고 마침내 ‘숙적’ 중국은 물론 대만까지 제압하고 당당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김정균 감독은 “작년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어떻게 하다 보니 2년째 하게 됐다. 사실 이 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여러 팀들의 오퍼를 거절하고 정말 사명감 하나로 감독직 수락했다”며 “이렇게 우승을 해서 다행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다. e스포츠협회를 비롯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자랑스러운 한국 LoL 태극전사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첫 정식종목이 됐고 초대 금메달로 새 역사에 새겨질 이름은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다. 그리고 사령탑 김정균 감독.

이들은 이제 각자 소속팀인 T1(최우제·이상혁·류민석), 젠지(정지훈), 징동 게이밍(서진혁·박재혁)으로 돌아가 다음 스텝인 세계대회 ‘롤드컵’을 준비한다. 한 달여간 동고동락하며 그새 많이도 친해졌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돼 만나지만 농담과 진담에 스스럼이 없었다.

롤드컵에서 적으로 만나는데 대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최우제가 “우리가 당연히 이길 것”이라며 선방을 날렸다. 이에 질세라 서진혁은 “일단 모두들 오늘까지 고생했고 롤드컵은 다른 대회다. 다 죽일 거다”고 으름장을 놨다. 같은 팀 박재혁 역시 “만나면 다 죽여야죠”라며 맞장구를 쳤다.

가소롭다는 듯 류민석은 “최선을 다해서 다른 선수들을 (집으로)돌려 보낼 것”이라고 응수했다. T1과 징동 선수들의 신경전 속에서 정지훈은 차분한 말투로 “다들 고생했고 한국서 봅시다”고 짧게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령탑 김 감독이 선수들의 모습에 재밌어하며 “나는 캔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볼 것”이라고 말하자, 박재혁은 “감독님이 징동과 T1 경기 직관하러 오겠다고 했다. 젠지 경기는 보러간다고 안 했다”고 고자질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류민석이 “그거 비밀인데”라고 박재혁의 옆구리를 찔렀고, 정지훈은 세상 섭섭한 눈빛으로 김 감독을 노려봤다. 모르쇠 작전을 펼친 김 감독은 한동안 선수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도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배운 것이 많다. 2004년생 올해 19세인 LoL 대표팀 막내 최우제는 “밖에서 다른 팀 형들의 경기를 봤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고 냉철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깐 다들 정신(?)도 뭔가 신기하고 그랬다(웃음)”며 “그런데 경기를 할 때는 다들 너무나도 프로페셔널하게 잘해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힘을 모아 금메달을 이뤄낸 LoL 한국선수단이 각자 팀으로 돌아가 오는 10월, 5년 만에 한국에서 개막하는 롤드컵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어떤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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