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어머니께서 문자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5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관우(44)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생각에 그대로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특유의 매력도 뽐냈다.

김관우는 29일 오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및 차례 행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김관우는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했을 때, 이미 대다수의 종목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발전에 도전했다. 최선을 다했다.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국가대표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국가대표가 무엇인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항저우에 오기 전에 힘들게 훈련했다. 오래 해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또 성장하게 됐다. 좋은 모습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관우는 전날 열린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5 종목 결승에서 샹위린(대만)을 4-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대회. 한국의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격투게임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다. 격투게임 30년 커리어를 자랑한다. 웬만한 격투게임은 섭렵했다. 주종목은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

사실 기성세대에게 게임은 아직 ‘오락’이다. 좋은 인상은 아니다. 김관우도 혼나면서 오락실을 다녔다. 세월이 변했고,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품었다.

김관우는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사실 혼났다고 했지만, 혼낸 분은 우리 어머니밖에 없다. 어머니도 이런 것을 잘 모르신다. 찾아보기 힘든 연세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내 울컥했다. “어머니 지인께서 어머니께 연락을 한 것 같더라. 어머니께서 그 지인을 통해서 문자를 주셨다. ‘아들, 나 너무 좋다’고 문자가 왔다. 너무 기쁘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척 형에게서도 연락이 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현장에서는 응원의 박수가 터졌다.

감정이 격앙되면서 인터뷰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함께 자리한 펜싱, FC 온라인 등 다른 선수들에게 질문이 갔고, 김관우도 잠시 추스를 시간을 얻었다. 마음이 잡히자 특유의 입담도 살아났다.

예전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하자 “요즘 e스포츠라고 하면 보통 PC 게임이다. 거기서 e스포츠의 발전이 시작됐다. 본격 시작은 스타크래프트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PC 게임을 기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리트 파이터는 다르다. 쉽게 말해 오락실에서 하던 게임이다. 어릴 때부터 나름 잘하는 편이었고, 격투게임을 잘하면 형들에게 끌려가서 혼나는 경우도 많았다. 게임 좀 하셨던 분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실력이 의심스러운 거로 보면 되겠다”며 웃었다.

아울러 “그때 형들에게 옆구리를 맞아가면서도 콤보를 넣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의지로, 그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스포츠 게임단에 속한 선수는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직장인이었다. 낮에는 회사에 가고, 밤에 게임을 했다. 제한된 환경이었던 셈이다.

대신 지독한 연습벌레다. 잠을 줄여가며 게임을 했다. 게임계에서는 ‘레전드’가 됐다. 이제 오버 그라운드에서도 최고가 됐다. 과거 김관우를 혼냈던 어머니도, 연로한 상황에서도 기쁨의 메시지를 전할 정도가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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