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배우근 기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신임 사무처장실을 방문했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이장호 사무처장. 그 모습 뒤로 벽에 걸린 액자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이 반듯하게 쓰여있다. 채근담(菜根譚)에 실린 문구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서울특별시의 장애인체육행정을 총괄하는 이장호 처장이 매일같이 새기는 문구 중 하나다. 이 처장은 여기에 더해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이 처장은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 출신이다. 법률가로 활동하며 ‘지기추상’을 새기고 ‘역지사지’로 균형을 잡았다. 이후 체육행정가로 확장한 삶에도 기조는 이어진다.

이 처장은 대한체육회 이사와 고문변호사,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감사로 장애인체육 발전에 힘을 기울였는데 체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스스로 스포츠를 즐기는데 있다.

충청남도 홍성 출신으로 중·고등학교 6년간 자전거로 통학했다. 일상이었지만 매일 1시간 30분 이상 페달을 밟았다. 사법고시를 보는 날에도 탁구를 칠 만큼 탁구에 진심이며, 선수급 실력을 자랑한다. 스포츠가 일상인 것.

또한 수영, 태권도, 합기도, 축구, 배구, 테니스, 바둑, 당구, 볼링, 골프 등 각 종목을 습득했다. 어깨너머 익힌 게 아니라 기초부터 하나씩 배웠다는 후문이다.

여담으로 이번 인터뷰 직후, 이 처장을 포함해 장애인체육회 직원들과 점심 식사자리를 가졌다. 식사를 마친 이 처장은 차로 이동했던 거리를 걸어서 사무실로 복귀했다. 체육의 생활화다.

사실, 이 처장은 법조인 출신에 다양한 체육단체에서의 이력, 그리고 체육인으로 불릴 만큼 스포츠의 생활화를 실천하기에 행정력에 대한 우려는 적고 기대는 높다.

다만 장애인체육의 경우,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지감수성이 중요하다. 이에 이 처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역지사지’의 연장선이다.

그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현장에 많이 나가고 있다. 느끼는 바가 많은데, 장애인식 개선뿐 아니라 비장애인의 인식개선까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장에 귀를 기울일수록 할 일은 더 쌓인다. 그래서 이 처장은 “시설부족, 지원부족에 대한 의견과 이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장애인이 쉽게 접근해서 사용할 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메가시티인 서울에도 채 10곳이 안 된다.

그래서 서울시 25개 구에서 보유한 구립체육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구마다 2~3개 체육관을 운영중인데 이곳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방안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구립체육관을 기반으로 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고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만들면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한다.

해결해야만 하는 숙원사업이지만,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여러 기관이 합심해야 하고 여론의 지원도 필수다.

이 처장은 숙제를 현장에서 얻고 힘도 현장에서 구하고 있다. 그는 “고마운 게 선수들의 표정이 밝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운동을 하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진다. 장애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긍정적이고 밝다”고 방싯했다. 장애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 스포츠의 활성화를 더 다짐하는 이유다.

장애인체육선수의 안정적 생활을 위한 고용 확대도 최우선 사안이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의 대표적 추진목표 중 하나가 ‘민간기업 장애인선수단 창단 지원사업’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컬링·수영·탁구 등 3개 종목에서 장애인 운동선수 17명을 채용했다. 지난해 17명에 이어 2년 연속 채용하며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처장은 “현재까지 42개 기업에서 355명이 채용됐다. 장애인고용공단과 기업, 그리고 우리까지 적극 소통하며 3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선수 고용을 통한 긍정 효과를 보길 바란다. 최대한 더 많은 선수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았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서울시장애인체육회를 위시해, 여러 단체가 애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생활체육 참여율은 26.6%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3.2% 수준이다. 이 수치는 미국(44%), 호주(52%)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장애인체육 선진국에 비해 예산, 인력, 인프라가 열악하기에 빚어진 결과치다.

장애인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재정 투입과 장애인식 개선, 그리고 인프라 확충은 필수다. 사람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강조하는 이 처장의 시선도 그곳에 맞닿아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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