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준
수원FC 공격수 안병준이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개인 3관왕을 달성했다. 사진은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와 기념촬영하는 모습.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돼 너무나 영광스럽다.”

얼떨떨한 표정과 다소 어눌한 말투였지만 벅찬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총련계 북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안병준(30·수원FC)이 K리그2 두 번째 시즌 만에 최고의 별로 우뚝, 축구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안병준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대상 시상식 2020’에서 감독과 주장, 미디어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고 영예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그는 감독 10명 중 8명, 주장 10명 중 6명의 선택을 받았다. 또 출입기자단 75명이 투표한 미디어 투표에서도 57표를 차지했다. 100점으로 환산 시 72.4점으로 2위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23점)을 크게 앞섰다. 이날 K리그2 득점왕(21골)과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휩쓴 그는 개인상 3관왕을 달성했다. 내년 K리그1에서 새 도전을 앞두고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이견이 없는 MVP다. 올해 수원FC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차기 시즌 1부 승격을 확정하는 데 안병준은 ‘히어로‘였다. 올 시즌 개막 라운드부터 득점포를 가동한 그는 9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에 골 폭풍을 몰아쳤다. 26경기를 뛰면서 21골(4도움)을 해낸 그는 1~5라운드까지 5경기 연속 골, 9~12라운드까지 4경기 연속골, 시즌 4경기에서 멀티골 등 기복 없는 득점 레이스를 펼쳤다. 지난 29일 경남FC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는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 골로 1부 승격을 확정했다. 올 시즌 그의 골은 팀 전체 득점(53골·K리그2 1위)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안병준은 “내게 좋은 조언과 더불어 선수로, 인간으로 많이 성장하게 해준 김도균 감독과 코치진, 함께 땀 흘린 동료에게 감사하다”면서 “일본에서도 나를 위해 열심히 응원해준 가족들과 팬들에게도 역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포토]안병준 동점골 수원FC, 경남 잡고 K리그 1 승격
수원FC 안병준이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승격 플레이오프 수원FC와 경남FC의 경기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조총련계로 일본에서 태어난 안병준은 2013년 J리그 1부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키 183㎝, 몸무게 73㎏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는 1~2부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았고, 2018년 로아소 구마모토(2부)에서 처음으로 한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10골)을 기록했다. 북한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발탁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랑규사, 안영학, 정대세에 이어 북한 대표 출신으로는 4번째로 K리그에 입성했다. 첫해 17경기에서 8골을 넣으면서 무난히 한국 무대에 적응한 그는 두 번째 시즌 K리그2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제공권과 몸싸움, 골 결정력이 뛰어난 그는 김 감독이 가장 믿는 공격수로 거듭났다.

안병준은 지난 2007년 일본조선학교 재학 시절 북한 U-17 대표팀에 발탁돼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어린 나이였기에 한국에 대한 기억에 또렷하지 않다. 어느덧 프로선수가 돼 다시 찾은 한국에서 커리어의 새 디딤돌을 놓으면서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미 K리그1 다수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년 1부에서 경쟁해야 하는 수원FC도 안병준 붙잡기에 나선 가운데 그의 차기 행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K리그2 영플레이어 - 이동률
제주 이동률(오른쪽)이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편, K리그2 초대 영플레이어상은 제주 유나이티드 이동률에게 돌아갔다. 영플레이어상은 지난해까지 K리그1에서만 시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K리그2에 U-23 자원이 주력으로 뛰면서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4월 이사회를 거쳐 영플레이어상을 신설했다. K리그 2년 차 이동률은 14경기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소속팀 제주의 K리그2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는 감독 10명 중 9표, 주장 10명 중 6명에게 표를 받았고, 미디어 75표 중 51표를 받았다. 100점 만점 환산 점수 72.2점으로 이상민(21.27점·서울이랜드)을 제치고 수상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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