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드라마 촬영 현장이 일제히 멈춰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요 방송사, 제작사들이 당분간 드라마 촬영을 중단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방송가에도 나타나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방송계가 ‘올스톱’을 외친 것.

KBS는 주요 드라마의 제작을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드라마는 미니리시즈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와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 등 5편이다. 스튜디오드래곤도 일주일간 예정된 모든 촬영을 중단한다. 이번 결정으로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 중인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 tvN ‘악의 꽃’, OCN ‘미씽 : 그들이 있었다’ 등 일부는 편성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tvN ‘비밀의 숲2’, ‘청춘기록’은 촬영을 마친 상태다.

JTBC도 ‘18 어게인’, ‘경우의 수’ 등 방송을 준비하던 드라마 6편의 촬영 중단을 결정했다. CJ ENM도 tvN 드라마 ‘낮과 밤’, ‘스타트업’ 등 방영 예정 드라마 촬영을 일시 중단하고 tvN 예능 ‘서울촌놈’도 당분간 촬영을 멈춘다. 넷플릭스도 한국 콘텐츠 제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하면서 현재 촬영 중인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

이같이 방송가에 삽시간 ‘코로나 쇼크’가 덮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2차 감염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서성종을 시작으로 김원해와 허동원 등 연예인 간 2차 감염이 확인됐고 세 사람뿐 아니라 이들의 스태프들과 접촉했던 다수의 배우 및 관계자들 역시 코로가19 검사 대상자가 됐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 있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리 현장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해도 배우부터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수십, 수백명의 스태프가 오가는 현장에다 이동 범위도 많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현장이 멈춰서자 제작사 및 방송사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대로 제작 현장이 장기간 ‘셧다운’될 경우 전체적인 방송편성을 다시 짜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잠정 중단을 선언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언제 재개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의 편성 전략에 따라 연단위 지도를 만들고 그에 따라 광고 계획을 세우는데 지금처럼 기약없이 촬영 기간이 길어진다면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손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시국 이후 계속해서 상황이 어렵긴 했지만, 대형 제작사가 아닌 영세한 제작사나 외주제작사들의 경우 이같은 제작현장의 셧다운은 치명적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촬영 잠정 중단에 소속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촬영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무한 대기 상태가 됐다. 2주의 자가격리 기간도 겹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조연배우의 경우 여러 개의 작품이 줄지어 잡히는 경우가 많아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하고 작품 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올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드라마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집콕족’의 콘텐츠 수요를 충족시키며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중동 등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K드라마는 호재를 맞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K드라마가 이번 코로나 쇼크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또 한 번 큰 숙제가 던져졌다.

방송사들 역시 이같은 초유의 사태는 처음이기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제시하는 일반적인 예방수칙 외에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촬영 현장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드라마 촬영 현장에선 자체적으로 손소독과 체온측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촬영장 간 불필요한 방문을 자제하고 현장 방역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현장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코로나19를 포함한 향후 감염병과 같은 사회재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방송 재난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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