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하는 류현진
투구하는 류현진. 볼티모어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류현진(33·토론토)이 컨트롤 아티스트의 면모를 뽐내며 사4구 없이 탬파베이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3회와 5회 끈질긴 탬파베이 타선에 고전하며 투구수가 불어나 5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근 상승세에 있던 토론토 타선도 이날 탬파베이 마운드에 묶이면서 류현진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내려가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종전 3.46에서 3.19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개막 후 2경기에서 부진했던 류현진은 8월 세 차례 등판에서 17이닝 2실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상대한 탬파베이는 올시즌 개막전에서 상대한 바 있다. 당시 4.2이닝 3실점을 안기며 류현진을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류현진은 판이하게 달라졌고, 개막전 부진을 설욕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빠른 공의 위력을 되찾았고, 좌우타자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찌르는 류현진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탬파베이를 상대로도 류현진의 장점은 빛났다. 이날 탬파베이는 좌투수 류현진에 대비해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 6명을 배치했는데, 류현진은 우타자들을 상대로 몸쪽 빠른 공을 적극적으로 집어넣으면서 탬파베이 타선의 류현진 공략법을 뒤흔들었다. 반대로 좌타자를 상대로는 한결같이 바깥쪽 위주의 승부를 펼쳤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에게 홈런을 뽑아냈던 좌타 거포 쓰쓰고 요시토모와 3회 9구 승부를 펼쳤는데, 9개의 공 모두 바깥쪽 코스를 공략해 기어코 땅볼을 유도해 잡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 브랜든 로우에게도 바깥쪽 승부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주심의 성향을 재빨리 파악해 자신에게 유리한 투구를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주심은 낮은 코스와 바깥쪽 코스에 후한 반면 높은 코스에 박했는데, 류현진은 주심의 성향에 맞는 코스로 공을 꽃아넣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승부를 펼치는 영리한 투구를 했다. 평소와 달랐던 주심의 콜에도 류현진이 당황하지 않고 탈삼진 6개를 뽑아낸 비결이다.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 계열을 50개 던졌고, 주무기 체인지업 29개, 커브 15개 등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다양하게 구사했다.

류현진이 아쉬웠던 대목은 투구수가 불어난 3회와 5회다. 2회까지 투구수 27개로 순항했던 류현진은 3회에만 23개의 공을 던지면서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무실점으로 3회를 넘긴 뒤 4회를 14개로 끊으면서 만회에 성공했지만 5회에만 30개의 투구수를 기록해 한계 투구수에 이르렀다. 특히 5회 선두 타자 윌리 아다메스와 조이 웬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무사 1, 3루에 몰렸고 메뉴얼 마고의 느린 타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실점한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후 쓰쓰고와 마이크 주니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지만 이미 투구수가 가득 찬 류현진은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 토론토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7회까지 던져준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긴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랐다. 지난 류현진 등판 이후 토론토는 6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이 부상 이탈해 불펜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3회와 5회의 벽을 넘지 못해 5이닝만 채우는 데 그쳤다. 장점은 여전히 빛났지만 탬파베이의 집요함에 시즌 3승과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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