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제 자녀로 나온 배우들은 다 떴어요. 은근 제 자부심이에요.(웃음)”

TV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유쾌한 웃음소리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배우 김선경(52)은 곁에 있는 이들까지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김선경의 강점은 지난달 종영한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를 통해 더욱 부각됐다. 그는 여다경(한소희 분)의 엄마 엄효정 역을 맡아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 경쾌하게 작품을 환기시키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특유의 애교 섞인 고음의 목소리가 강렬한 캐릭터였던 만큼, 극중 엄효정의 시그니처 대사였던 ‘어머나~지 선생님~’을 따라하는 성대모사 영상들이 유튜브 등에서 화제를 모으며 종영 이후에도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영상들을 모두 챙겨봤다는 김선경은 “너무 똑같다. 기분 좋다. 내가 만들었지만 참 잘 만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종영이 실감이 아직 안 난다는 김선경은 “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 관심이 저까지 오는 거 같다. 놀랍다. 요즘엔 제가 먼저 ‘네, 다경이 엄마예요’ ‘엄여사 맞아요’ 하고 다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선경은 방영 전 ‘부부의 세계’ 대본을 보고 어느정도 흥행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이거 스릴러야? 공포물이야?’ 할 정도로 대본이 긴장감이 넘쳤다. 흥행은 예상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출연자인 동시에 시청자가 된 느낌이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지막회에서 이태오(박해준 분)와 갈라서려는 딸 여다경의 뜻에 따라 여회장(이경영 분)과 염효정은 고산을 함께 떠난다. 염효정의 결말에 대해 묻자 김선경은 “오히려 고산을 떠나서 손녀 제니를 함께 키우며 딸에게 진짜 세상을 줄 수 있는 기회와 화려한 싱글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 같다. 아무리 철없는 엄마라도 딸이 잘못된 길을 가는 건 못보지 않겠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고 그 과정에서 엄효정 또한 성숙해질 거 같다”고 예상했다.

여다경이 실제 딸이라면 속상할 것 같지만 한편으론 ‘엄마’이기 때문에 이해할 거 같다는 김선경. “물론 처음엔 야단치겠지만 그래도 우리 딸은 잊지 못할 사랑은 한 번 해봤구나, 다독일 거 같다. 후배 배우들을 보면 평생 사랑이란걸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친구들도 많더라. 비록 불륜이긴 했지만 다경이처럼 진한 사랑을 한 번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해라라고 할 거 같다. 엄마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태왕사신기’ 유승호, ‘해를 품은 달’ 김수현, ‘장옥정, 사랑에 살다’ 유아인 등 김선경과 과거 작품에서 자녀로 만난 배우들은 모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를 언급하자 김선경은 “자식은 없는데 자식 사랑이 크다. 진짜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내 자식들은 다 잘 돼서 드라마 초반에 소희에게도 ‘내 자식들은 다 떴다. 너도 무조건 뜰 거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정말 잘되지 않았나. 모두 다 발돋움, 도약하려던 시기에 저랑 만나면 잘 되더라. 은근 제 자부심이다”라고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한소희는 김선경에게 ‘엄마’라고 불렀다는 후문이다. 김선경은 한소희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여리고 마음 약하지만 연기할 땐 약간 도발적인 면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연기력이 느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특히 울산 출신이어서 사투리를 써서 저를 ‘어무이’라고 부르는데 귀여워 죽겠다”며 웃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다홍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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