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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푸른 유니폼을 입은 이청용. 제공 | 울산 현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순도 100% 진정성.

울산 현대가 ‘블루드래곤’ 이청용(31)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동력이었다. 두 차례 월드컵(2010 남아공·2014 브라질)을 경험한 베테랑 미드필더 이청용이 마침내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울산 구단은 3일 팀 내 최고 대우로 이청용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청용은 울산 지역의 상징과 같은 대왕암공원, 태화루를 배경으로 푸른 유니폼을 입은 채 환하게 웃었다.

이청용은 새 시즌 대비 울산의 진정한 마지막 퍼즐이다. 윤빛가람, 고명진, 정승현, 김기희 등 공수에 국가대표급 멤버를 수혈한 울산은 측면 보강이 관건이었다. 기존 베테랑 윙어인 황일수가 경남으로 이적했고 이근호도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정훈성과 김인성 등 스피드를 지닌 측면 자원이 있지만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다수 대회에서 우승컵을 노크하는 울산은 큰 무대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 필요했다. 마침내 측면 뿐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등 2선 만능 열쇠인 이청용을 품으면서 스쿼드에 한층 무게를 더하게 됐다.

울산은 어떻게 이청용을 품었을까. 핵심 키워드는 ‘진심’이었다. 울산은 2년 전에도 이청용에게 손을 내밀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고생한 이청용이 국내 복귀로 눈을 돌렸을 때다. 당시 이청용은 우선협상권을 지닌 ‘친정팀’ FC서울과 접촉했지만 원하는 수준의 대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울산은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다가갔다. 그러다가 이청용의 유럽 현지 에이전트가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과 연결돼 유럽리그에서 더 도전을 이어갔다. 이청용은 비록 당시 울산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선수 커리어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울산에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이청용은 선수 황혼기 사실상 마지막 도전을 꿈꿨다. 중동, 중국리그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프로 초기 성장의 디딤돌이 된 K리그에서 최대한 전성기에 근접한 활약을 펼치기를 바랐다. 또 오랜 기간 타지에서 자신을 뒷바라지한 가족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내는 것도 ‘가장’ 이청용에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서울을 먼저 찾았다. 협상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 2년 전과 비교해서 일부 바뀌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청용도 마음 한쪽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이 시기 울산은 다시 이청용에게 다가섰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중반에 다다르고 있는 이청용이나, 울산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했다.

협상 과정도 이청용에게 신뢰를 줬다. 이청용은 보훔과 올 여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울산은 K리그 복귀를 원하는 이청용에게 구단과 계약 상호 해지 등 관계 정리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대리인을 보훔 구단에 파견해 이적료 협상에 나섰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울산은 이청용의 이적료를 지급했다. 특히 보훔이 이청용의 이적을 원하지 않거나, 무리하게 이적료를 책정해 영입이 쉽지 않아진다고 해도 올 여름 자유계약(FA) 신분이 됐을 때 다시 영입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같은 내용을 울산의 강화부장 등이 이청용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은 진심으로 자신을 원하는 울산의 태도에 마음을 열었다. 유럽 리그에서 뛸 때 수령한 연봉 규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선의 대우를 한 울산의 손을 잡으면서 마지막 불꽃 투혼을 그리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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