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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많은 여운을 남기면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배우 이창훈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기간제 교사의 눈을 통해 학교의 민낯과 먹먹한 현실을 담아낸 ‘블랙독’에서 이창훈은 대치고 진학부 4인방 중 한 명인 정교사 배명수를 맡아 사실감 넘치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라미란, 서현진, 하준 등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갈등의 중심에 섰다면 이창훈은 먼저 손을 내밀며 그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종영 후 만난 그는 진학부 4인방의 케미는 ‘너무나 완벽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초반부터 라미란 누나가 주도 해서 어울리는 시간과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다. 일상에서도 술도 많이 마시고 잘 어울려 다녔는데 같이 있을 때 불편함이 없어 연기할 때 편하고 도움이 됐다”고 감사했다.

‘블랙독’ 촬영 현장을 명절과 비교한 그는 “현장에서 어울리는 사람이 많으면 힘들 수 있는데 묘하게 단 한명도 빠짐 없이 좋았다. 감독님이 그런 사람들만 애써서 캐스팅 했는지 서로 배려하고 잘 통했다. 대기실에서 명절날 친척들이 모인 것처럼 시간을 보냈는데 일상과 신을 들어갈 때 그다지 다르지 않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동료들이 작업할 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야기의 방향이 속 깊다고 생각했고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나 조직사회를 담아내는 시선이 촘촘했다. 배우들과 잘 통하니 현장 분위기가 좋고 자연스럽게 나와 굉장히 편하게 작업했는데 결과 역시 디테일하게 나왔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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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캐릭터가 잡혀 가고 서로의 케미도 잡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할 법한 것들이 나왔다. 12부에서 면접을 내려보낼때 서현진 배우와 소통한 연기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장 현장에 있으면서도연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 3부 엔딩에서도 ‘같이 갈래요’ 하는 신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연극 ‘굿바이쏭’으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속칭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극단 선배인 서정연 배우를 통해 안판석 감독의 오디션을 보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에도 연달아 출연하며 보다 많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블랙독’으로는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안판석 감독님은 처음부터 내 연기 스타일을 좋아해주시고 존중해 주셨다. 첫 드라마인데 마음이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좋은 첫 단추를 끼게 된 것 같다. (블랙독)황준혁 감독님은 촬영할 때는 친형같고 이제는 그냥 사촌형같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누나와 아줌마처럼 본인이 수다를 떠셨다. 가장 저 다운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해도 받아주는 감독님이었다.”

‘블랙독’은 이창훈 본인에게도 드라마라는 새로운 매체에 자리잡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는 “배우로서 분량면으로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과거에는 현장에 나갈 때 손님 같은 기분이었다면 ‘블랙독’은 주인의식까지는 아니지만 일원이나 소속감을 있었다. 카메라 앞이 완전히 익숙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응하고 안착 할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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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은 영화 ‘1987’과 ‘양자물리학’에서는 검사 역할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블랙독’ 하기 전에는 카메라 적응한 상태가 아니고 이해가 없었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저를 캐스팅 해주신 것 같다. ‘1987’때 김승훈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만났다. ‘적응하고 잘 가고 있구나 하시며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바쁜 일정에도 이창훈은 지난해 초에는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에 참여하는 등 무대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가지고 있다. “10년 넘게 지내고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연기 호흡도 길고 연기 하는 맛에 대해 와 닿는게 있어서 그립기도 하고 기회와 타이밍이 된다면 언제든지 하려고 한다.”

고교시절 소리내서 읽은 것을 좋아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연기에 대한 관심은 정치외교학과를 진학하고 군 복무를 거치며 커졌다. “당시에는 오히려 주변에 연기를 하거나 연극영화과 친구가 없어서 겁도 없이 시작했다. 극단을 찾아니고 오디션을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애착과 의지가 생긴 것 같다. 30대 초중반이 되면서 내가 당당하게 배우라고 이야기 했다. 어릴적부터 꿈꾸던 좋은 작품과 좋은 역할을 많이 하고 공연에서도 메인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은 어머니나 가족 분, 지인들도 좋아하고 뿌듯해하신다. 15년을 한량 삼촌 느낌으로 지내다가 집에서 인정받는 분위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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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은 매 작품마다 각기 다른 군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수의 영화에서는 안경을 벗고 다소 날카로움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 드라마에서는 수더분하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을 담아내고 있다. “편안함이 제일 크다. 이야기들이 자극적인 소재에도 평범한 사람을 찾고 편안한 연기를 추구하고 진실성을 찾는다. 시청자와 연출자 모두 그런 것 같다. 내 연기 스타일 뿐만 아니라 어디서 볼 법한 흔함과 부족함. 내 스스로 생기려다 참은 느낌이라고 하는데 이런 점을 호감도 높게 보시는 것 같다.”

그는 “시청자가 보시는 모습은 한정적이지만 극단을 하면서 수 많은 역할 다양한 성격과 다양한 직업군을 해봤다. 개인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기 보다 어떤 이야기를 만날지 궁금하다. 이기적인 마음은 아니고 일하면서 행복한 사람이면 좋겠다 행복하게 일을 하면 고스란히 전달이 된다. 그리고 다작에 대한 욕구가 있진 않고 기다려지고 궁금한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마지막까지 이창훈은 연기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수 없이 강조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재밌다. 다른 배우는 취미 생활도 하는데 나는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과 무언가 표현하고 창작하는 것이 재밌다.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것도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 그냥 재밌었다. 이런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을 가진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미스틱 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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