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과르디올라
유럽축구연맹 재정적페어플레이 제재로 난처한 상황에 몰린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윤리와 도덕 앞에 기세등등했던 오일머니가 멈춰 섰다.

지난 2008년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에 인수된 뒤 거액 자본을 투자하며 2010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신흥강호로 발돋움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다. 맨시티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재정적페어플레이(FFP) 위반에 따라 향후 두 시즌 UEFA가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출전 금지 중징계를 받았다. UEFA는 클럽재무관리기구(CFCB) 조사에 따라 맨시티의 FFP 규정 위반 사실을 확정했다. UEFA는 맨시티가 제출한 지난 2012~2016년 손익분기정보를 분석한 결과 스폰서 수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맨시티에 두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UEFA 주관 대회 출전 금지와 더불어 벌금 3000만 유로(약 385억 원)를 매겼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현지 주요 언론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맨시티에 추가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승점 삭감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최악의 경우 4부 리그(리그2) 강등 중징계를 전망했다.

맨시티는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2부를 오가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그러다가 아랍에리미트(UAE) 왕가의 자손으로 불리는 셰이크 만수르가 지난 2008년부터 구단주로 몸담으면서 톱클래스 선수 수집에 나섰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보고서에 따르면 맨시티는 지난 10년간 선수단 구축에만 약 2조 원을 들였다. 지난해 우승 당시 선수단의 몸값 총액이 10억 유로(약 1조 2824억 원)에 달했는데 전 세계 1위이자 10억 유로가 넘은 팀은 맨시티가 유일했다. 2010년대 맨시티는 EPL 우승 4회, FA컵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4회 등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팀으로 거듭났다.

맨시티
캡처 | 맨체스터 시티 구단 페이스북

그야말로 거침없이 잘 나가던 맨시티에 경고등이 켜진 건 지난 2018년 말 축구계 폭로 매체로 알려진 ‘풋볼리스크’와 독일 ‘데어 슈피겔’이 맨시티의 FFP 규정 위반을 언급하면서다. FFP는 구단이 벌어들인 수익 이상으로 과도한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인데,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맨시티가 스폰서 금액 부풀리기 방식으로 규정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맨시티는 즉각 반발했지만, EPL 뿐 아니라 유럽리그 타 경쟁 구단 사이에서도 맨시티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UEFA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참혹했다. UEFA CFCB 보고서에 따르면 맨시티는 2012~2016년 메인 스폰서인 이티하드 항공에서 연간 6750만 파운드(약 1040억 원)를 지원받는다고 밝혔지만 실제 800만 파운드(약 123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밖에 기타 스폰서 금액도 차이가 있었다.

맨시티는 구단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UEFA 결정에 불복,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AS 항소를 통해 현 사태를 뒤집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사태 추이와 관계없이 더는 편법으로 FFP 규정을 피할 길이 없게 돼 기존 스타 선수의 연봉 등을 지급할 여력이 없어졌다. 이밖에 UEFA 챔피언스리그와 맞물려 중계권료, 출전비, 상금 등 핵심 수익원이 한꺼번에 날아가게 됐다.

자연스럽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롯해 2021년 6월까지 계약된 세르히오 아게로, 존 스톤스, 니콜라스 오타멘디, 케빈 데 브라위너 등 특급 선수의 대거 이탈 조짐이 보인다. 맨시티 구단은 UEFA 징계 발표 이후 겨울 휴식기를 맞아 휴가를 보내던 선수들을 긴급 소집해 현 사태 수습을 약속했다. 만수르 구단주는 지속해서 선수단 영입에 나설 뜻을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밝히는 등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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