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항상 얼굴엔 웃음, 마음은 여유, 가슴엔 사랑!"


지난해 3월 KBS1 '전국 노래 자랑' 서울 종로구 편에 출연해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오른 지병수씨 (78). 리듬을 가지고 노는 노래 실력과 자신 만의 '필(Feel)'로 채운 댄스로 '할담비'(할아버지 손담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돼있더라'는 이야기처럼 방송 출연 한 번으로 벼락 스타가 된 지씨는 120여개 매체와 인터뷰하고 방송에 50회 정도 얼굴을 비칠 만큼 누구보다 바쁜 2019년을 보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간을 지나 요즘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새롭게 눈을 돌린 건 유튜브였다. 소위 말해 '빵' 뜬 이후 바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개설 4일 만에 구독자 8000명을 돌파하더니 현재 2만여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그의 '미쳤어' 무대 영상 조회수가 300만뷰를 돌파하고 재가공된 영상의 개수와 조회수를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예상보다 적은 구독자수다.


그동안 여러 미디어의 섭외 요청을 소화하느라 정작 자신의 유튜브에 집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 세계에선 조회수도 중요한 법. 지씨의 인기를 방증하듯 몇십만 뷰 이상 나오는 영상도 왕왕 있다. 최근 업로드 횟수를 늘리고 맛집 탐방, Q&A, 방송 출연 비하인드, 일상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 중이다. 종로에서 만난 지씨는 "약 1년 동안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지치더라고요. 내가 나이가 있으니깐 체력적으로…(웃음). 이젠 이것(유튜브)만 할 생각이에요"라고 미소지었다.


영상으로만 접했던 그를 실제로 만나니 동네 할아버지를 만난 듯 반가움이 앞섰다. 지씨는 "날 보는 사람들마다 다들 나보고 귀엽대요. 친근하게 다가오니까 너무 좋죠. 오늘도 인터뷰하러 여기 오는 길에 네 명이나 사진 찍어줬어요"라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얼굴에 이어 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에 눈길이 갔다. 그는 "방송 출연 이후 활기를 되찾은 기분이에요. 네일아트도 해봤어요. 다들 예쁘다고.(웃음) '할담비 너무 예뻐요' 하는 말도 듣기 좋아요. 손톱에 이런 걸 처음 해봐서 처음엔 쑥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요. 재밌어요"라고 손톱을 내밀며 자랑했다.


이어 지씨는 지금의 인기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미쳤어'를 불렀다고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수 있을까 싶어요. 78세 나이에 어떻게 이런 큰 행복을 느끼겠나 싶어요. 복지관을 다니는데 거기 사람들이 볼 때마다 '할담비 어디가', '미쳤어 할아버지' 이렇게 불러요. 예전엔 인사만 하고 지냈는데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좋아해 주니까 보람을 많이 느껴요"라고 만족해했다.


'전국 노래 자랑'에 출연하게 된 것도 복지관 사람들의 추천 덕분이었다. 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다기보다는 노래를 너무 좋아했어요. 무용을 18년 했거든요. 장구도 잘 쳐요. 복지관에서 노래 선생님이 노래 부를 때 어떻게 강약 조절을 해야 되는지, 가사 의미를 읊으면서 해야 더 좋다고 알려줘서 노래방 가서 연습해보고 그러다 보니 노래가 좀 늘었어요.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서 노래 좀 불러보라고 해서 주민센터 같은 데서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구청장님이 '전국 노래 자랑' 하니까 나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다 늙어서 뭘 그런데 나가냐고 안 나간다고 했는데 '종로를 웃겨달라'는 말에 나가게 됐어요"라고 출연계기를 전했다.


지원서 참가곡란에 손담비의 '미쳤어'를 써서 내니 처음엔 담당자가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다고?'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고. 하지만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내 흥 대로, 매일 즐겁게 혼자 부르던 대로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마치고 나니 박수를 쳐줬어요. 본 무대에 올라서도 내 필로 신나게 했죠"라고 방송에 나가기까지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전국 노래 자랑' 무대 이야기가 나오자 지씨는 "아, 내가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관객이 있어요. 방송에 그분이 잡혔는데 울다가 웃다가, 내 무대를 보고 좋아해주는 모습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분을 꼭 찾고 싶은데…만나서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인상깊었던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방송 이후 지씨가 기초 생활 수급자로 종로에 있는 월세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방송, 행사 출연료 중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72인치 TV를 받고 이를 복지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지씨는 "지금도 여전히 월셋집에 살아요. 11남매 중에 내가 막내고 나만 결혼을 안했는데 양아들이 둘 있거든요. 아들 한 명은 출가했고 남은 아들 한 명과 같이 살고 있어요. 복지관 가서 점심 먹을 때도 많고 밥 안거르고 먹고 사니까 이 정도면 됐죠. 기부도 많이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떼돈을 번 줄 알고 '밥 좀 사요', '돈 많이 벌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속상하더라고요. 누나들은 전화오면 '아픈데 없니', '건강해라'고 걱정하면서 울어요. 가족이 있어 좋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씨가 작은 행복에 만족하게 된 건 젊은 시절 큰 시련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조카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수년 동안 빚을 갚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술장사도 크게 했고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많은 돈이 나가더라고요. IMF때 보증을 잘못 서서 서울 아파트도 날리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었죠. 3년 동안 한달에 180만원씩 이자를 냈어요. 그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금이 마음 편하고 좋아요. 몇십 억 있는 사람보다 호주머니에 몇천 원 있는 내가 더 행복해요. 남한테 손만 안 벌리고 나중에 아프면 병원비가 필요할 테니 딱 그 만큼만 있으면 됐어요"라고 웃어보였다.



지씨의 '최애' 가수는 손담비, 카라, 티아라, 이정현 등인데 특히 카라에게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카라를 너무 좋아했어요. 일본에서 카라가 톱이었거든요. 식당할 때도 일본 손님들한테 누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다 카라가 좋다고. (웃음) 구하라 양이 내가 카라 노래 부른 걸 봤는지 SNS에 '할담비 너무 멋지시다'고 글을 남겨줬는데…참 많이 안타깝더라고요"라며 "내가 항상 버릇처럼 하는 말이 '항상 얼굴엔 웃음, 마음은 여유, 가슴엔 사랑'이에요. 집 식탁 유리에도 이걸 적어서 꽂아놓고 항상 봐요. 늘 즐겁게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저처럼 좋은 날도 올 거예요. 활기를 다시 되찾고 매일 운동도 빼놓지 않았더니 휑했던 머리가 눈에 띄게 많이 자랐어요.(하하하) 웃음이 최고의 명약인 거 같아요"라고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끝으로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그는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요. 유튜브도 열심히 해보고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아들한테 물어봐서 유튜브하는 방법을 배워서 직접 댓글도 훑어보고 댓글에 '좋아요'도 꾹 눌러주고 있어요. '쉬엄 쉬엄 영상 찍으세요',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이런 말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대부분 좋은 댓글이라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고 구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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