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191125구하라-07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 해달라.”

가수 겸 배우 구하라(28)가 세상을 떠났지만 대중은 그의 죽임이 남긴 비극에 분노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이날 오후 6시 9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뒤 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 청와대 게시판에 게재된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라는 이 국민청원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중심으로 성범죄 양형을 결정하는 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청원에 대한 공감 열기는 뜨겁다. 구하라의 사망 이후 하루도 안 된 25일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동의자 수가 20만명을 돌파했고, 26일 오전 22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 이후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하라가 생전 전 연인 최종범 씨와의 법적다툼과 악플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해온 것이 그의 죽음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면서다.

앞서 지난 8월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의 오덕식 부장판사는 최씨에게 적용된 상해, 협박, 재물손괴, 강요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선 합의하에 촬영한 이유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최씨 측은 모두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연예인 생명 끝나게 해주겠다‘며 영상을 유포하려던 최씨에게 재판부가 내린 죄의 무게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구하라의 극단적인 선택의 직접적인 이유일지 단언할 순 없지만, 최근까지도 연인이었던 가해자의 폭력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고, 이 과정에서 악플러들이 ’구하라 불법촬영 동영상‘을 끈질기게 검색하는 등 2차 가해로 고동받았던 구하라였기에 대중의 분노로 돌아오고 있는 것.

비록 구하라는 세상을 떠났지만 향후 진행될 항소심 재판에서 그가 남긴 증언과 진술은 모두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대표 김보겸 변호사는 “1심에서 구하라 씨가 원고나 피고인이었으면 재판은 그대로 종료된다. 하지만 최종범 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구하라 씨가 피해자이자 증인이기 때문에 항소심 절차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구하라는 지난 7월 1심 법정에 출석해 2시간가량의 비공개 증언을 남긴 바 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사망할 경우 ’공소기각‘으로 재판이 종결되지만 구하라의 경우는 피해자라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항소심과 1심이 동일한 증거기록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하라가 1심에서 남긴 구하라의 진술은 모두 2심에서 유효한 효력을 가지며, 따라서 최씨에 대한 항소심은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최씨에게 불리한 양형사유가 될 것이란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나 검찰에서 최씨의 일련의 문제들이 구하라를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문제라고 본다면, 당연히 피해자가 1심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 양형을 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검찰은 구형을 늘리고 재판부 역시 양형 참작 사유로 삼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요즘 성범죄 처벌에 대해 법조계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고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며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씨의 항소심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현재 미정인 상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