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리니호_인천공항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FIVB 배구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공항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본래부터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31·터키 엑자시바시)은 휴식을 취하려 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여자배구대표팀과 함께 한국에 돌아온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에이스’ 김연경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서 진행된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월드컵은 대표팀에게 여러모로 중요성이 컸다. 새 시즌 출발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오한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기 때문에 출전 팀들도 최정예 멤버로 출격하는 가운데 어느 정도의 성적도 내야 하는 대회였다. 그러나 사령탑은 애초 김연경에게 휴식을 주는 방향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분명 위험 부담이 큰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는 ‘6위’로 금의환향한 대표팀이 주인공이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선수단을 축하하기 위한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종성적표 11경기 6승5패,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많은 대회였다. ‘천적’ 브라질을 경기력에서 완전히 압도하며 3-1로 꺾는 이변도 만들었고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는 지난 8월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2진급에 패했던 굴욕을 잊지 않고 되갚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 중에서도 대회 최고 수확으로 ‘김연경 줄이기’를 꼽았다. 그는 “김연경은 우리 팀의 최고의 보배이자 최강의 무기다. 그러나 전술적인 부분에서 김연경 자리인 레프트에만 득점이 몰리는 게 한국의 최대 약점이었다. 모든 플레이를 김연경에만 맞춰서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없다. 여러 선수를 두루 기용하는 게 목표였고, 실제로 배분이 좋아졌기에 정말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벤치를 지키는 일이 잦았다. 전력이 열세에 놓인 팀들을 만날 때는 물론,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도 전혀 코트를 밟지 않았다. 다만 최고 성과를 ‘자신의 부재’로 꼽는 사령탑의 평가가 선수에게는 달리 들릴 수 있다. 게다가 적은 출전 시간은 소속팀과 대표팀의 일정이 맞물리면서 생긴 과부하에서 비롯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서운한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연경은 이런 평가에 대해 스스로 긍정하고 있다. “내가 아예 안 뛰면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감독님도 욕심이 있을테고, 나도 팀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그래서 나도 휴식할 만한 경기를 쉴 수 있었다. 여러모로 선수들이 물이 올랐다는 느낌을 받아서 선배로서는 기분이 정말 좋다”는 소회가 이를 증명한다.

김연경의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늘어난 이재영(23·흥국생명) 비중 역시 라바리니호의 수확이다. 홀로 143점을 수확하며 팀 내 최다 득점 선수로 화력의 중심에 섰고, 동시에 가장 높은 리시브 성공률(16.13%)도 자랑하며 공수 전반을 주도하며 차기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재영은 “지금까지는 연경 언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님을 만나며 볼 분배도가 좋아졌고, 의존도가 훨씬 낮아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 연경언니가 없으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끼리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환히 웃었다. 이제 김연경까지 장착할 라바리니호가 내년 1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대륙별 예선에 더 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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