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
허미정이 1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앞으로는 링크스 코스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할 거에요.”

5년 만에 짜릿한 역전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허미정(30·대방건설)이 ‘궂은 날씨와 링크스 코스’에서 좋은 기운을 이어간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미정은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에 위치한 르네상스 클럽(파71·642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아베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바꿔 5언더파 66타를 적어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시즌 첫 승이자 2004년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이후 5년 만에 통산 3승을 따냈다. 이번시즌 7번째 한국인 우승자이자 한국에 11번째 LPGA투어 우승컵을 안겼다.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던 2라운드에서도 거짓말처럼 코스 레코드 타이(62타)를 세우는 등 36홀 최소타(14언더파 138타) 신기록을 작성한 허미정은 “평소에 링크스 코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페어웨이를 놓쳤을 때 굴곡도 심하고 러프가 매우 긴 곳도 있어 운이 나쁘면 탈출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마음에 안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르네상스 클럽의 코스는 러프에서도 큰 문제 없이 샷을 했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링크스 코스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하고 다닐 것”이라며 웃었다.

드라이버
허미정이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폭우뿐만 아니라 강풍까지 불어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허미정은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주에는 거의 매일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다. 이런 곳에서 훈련했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궂은 날씨에 잘친다는 얘기를 해줄 때에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도 날씨가 안좋았는데 공동 2위를 했다. 이번에 우승까지 하고 나니 ‘내가 궂은 날씨에 강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18번 홀 티 박스에서 3타 차 단독 선두는 우승경쟁 통산 처음인 것 같다던 허미정은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했던 게 주효했다. 마지막 홀에서는 마음이 편해서 자신감을 갖고 임했다. 비까지 내려서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12번홀(파5)에서 짧은 거리에서 한 서드 샷이 핀 좌측 마운드 아래로 떨어졌다. 8m 가량 남겨둔 오르막 퍼트였는데 이게 컵에 들어갔다. 이 버디퍼트로 ‘우승할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허미정
허미정이 스코틀랜드 르네상스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티시 오픈에서 아이언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멘탈과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남편과 캐디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허미정은 “2017년에 우승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뒤 지난해를 정말 힘들게 보냈다.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했는데 가족과 함께 더 많은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희망이 이뤄졌다. 남편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늘 함께하지는 못하는데, 에비앙챔피언십때부터 치른 3주간 유럽 원정에서는 함께 했다. 내일(13일) 남편은 한국으로, 나는 댈러스로 각각 돌아간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르네상스클럽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스코틀랜드 출신 개리 마샬은 흔들릴 때마다 큰 힘을 불어넣어줬다. 허미정은 “1라운드에서 첫 홀에 버디를 한 뒤 연속 보기를 범해 멘붕에 빠졌다. 이 때 개리가 ‘너 우승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서 힘이 났다. 오늘도 3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긴장감이 몰려왔는데 날씨와 바람 등을 얘기해줘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개리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비옷전
허미정이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비가 오는 내 노란색 우의를 입고 플레이 한 허미정의 등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궂은 날씨와 바람,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 피말리는 경쟁 등으로 긴장의 끈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니 거짓말 같은 우승이 다가왔다. 허미정의 우승은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30대 골퍼들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더 큰 울림을 남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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