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차 캠프 개시  [포토]
LG 트윈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이시가와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LG가 26일 첫 훈련을 시작하자 우루마시 관계자들이 찾아와 환영 행사 및 지역 특산품을 증정하고 있다. 2019.2.26 오키나와|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퍼지며 일본산 물건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여행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작은 일본이 자유무역의 호혜주의와 상호신뢰를 깨면서 시작됐다. 반도체 소재산업에 대한 수출규제로 국가간 분업체계를 훼손했다. 여기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일본극우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해석도 있다. 사실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나라가 대부분 그렇듯 오랜 기간 대치와 균형을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이 정치가 아닌 경제를 무기로 사용하며 분란이 커지고 있다. 아베정권이 수출규제라는 자해를 감수하며 국가간 분업체계를 흔들자 한국 정부는 ‘극일’을 논하는 시점까지 왔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 되지 않고 장기화 되면 불똥은 스포츠계에도 튈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이 야구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일본제 장비를 사용한다. 자신의 손과 몸에 맞는 장비를 선택하기에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그 보다 더 신경쓰이는 문제는 일본에서 진행하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다. 특히 오키나와에는 1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의 팀이 캠프를 차린다. 양 측은 오랜 기간 교류하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왔다. 한국 프로야구팀들은 오키나와 입장에서는 큰 손이다. 입국 환영회를 열어 반길 정도다. 여러 구단이 몰려들면서 정규시즌에 대비한 연습경기를 치르기가 쉬워졌고 주변에 캠프를 차린 일본구단과의 연습경기도 활발하다.

삼성 실내훈련장
오키나와에 비가 내리자 삼성 선수들이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13년에 완공됐고, 가로 60m 세로 50m의 규모로 경산 볼파크 실내훈련장과 크기가 비슷하다. 비가 자주 내리는 변덕스런 날씨에 삼성 선수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 2019.2.24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현재 KBO와 각 구단은 반일감정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오키나와의 대안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되길 바라지 않지만 만약 돌발적인 계기로 사태가 커진다면 분명 고민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스프링캠프를 일본에서 마치며 이미 내년 계약까지 한 구단들이나 오키나와 온나손 구장에 약 20억원을 투자해 19년째 사용중인 삼성은 현실적으로 캠프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힘들다. 이들 구단은 국민 여론에 반하며 괜한 오해를 부를까 사태를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와 내년에 국한하지 않고 오키나와를 대신할 장기적 대안은 없을까. 사실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리는 팀들은 수년 전부터 날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에 비해 기온은 높지만 우기로 접어들면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지고 바람도 심해 연습경기를 취소하고 실내훈련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팀들이 ‘탈 오키나와’를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두산과 LG 관계자는 국내의 남해와 제주, 그리고 2군의 전훈지인 대만을 대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국내는 추운 날씨가 문제가 되고 대만의 경우 날씨는 좋지만 시설이 오키나와에 미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두산 김태준 홍보팀장은 “가장 좋은 건 한일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캠프지를 바꿀때 한 팀만 바꾸면 자체 청백전 밖에 치르지 못한다. 서너개 팀이 함께 옮겨야 연습경기를 할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여러 팀이 뜻을 모으는게 선결과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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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 선수단이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메이저리그(ML)훈련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 키움의 김치현 단장은 캠프기간에 우기로 접어드는 오키나와 보다 미국을 추천했다. ML구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구장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연습경기를 위한 이동거리가 멀다. 그래서 김 단장은 연습경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국내에서 캠프를 진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일본 팀들이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리는 이유 가운데는 자국팬을 위한 서비스 측면도 크다. KBO리그도 팬들이 보다 쉽게 캠프지를 찾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부터 지켜보고 그 관심을 시즌까지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스프링캠프의 또다른 장점도 덧붙였다. 국내 스프링캠프가 실현될 수 있다면 야구저변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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