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항공산업 이끌어온 조양호 회장 별세…"일생을 수송보국에"(종합)
    • 입력2019-04-08 11:09
    • 수정2019-04-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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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2018 임원세미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제공 | 한진그룹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0시 16분 미국에서 요양 치료를 받던 중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진그룹 측은 “폐질환이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현지에 머무르며 폐 질환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1949년 3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난 조 회장은 서울에서 경복고등학교를 수학한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미국 메사추세츠 주 쿠싱 아카데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인하대 공과대학 학사,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사진2] 조양호 회장_본사 격납고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치며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그는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고 재직기간 중 대한민국의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외환위기, 오일쇼크 등 외부 위기도 많았으나 조 회장은 과감한 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으며, 1998년 외환 위기가 정점일 당시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Sky Team 출범식
조양호 회장이 스카이팀 출범식에서 주요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 SARS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영향으로 항공산업이 침체기를 맞았지만 조 회장은 이 시기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었다. 결국 이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또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세에 별도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했다. 진에어는 저비용 신규 수요를 창출, 대한민국 항공시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대한항공은 1969년 출범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는 166대로 증가했으며, 일본 3개 도시 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늘었으며, 연간 수송 여객 숫자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다.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래 2009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실제 유치까지 성사시켰다. 또한 항공산업에 있어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항공업계의 UN’격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는 핵심적 역할을 맡아 활동했으며 올해 IATA 연차총회를 사상 최초로 서울에서 열게 됐다.

조 회장은 일적으로는 탄탄대로를 밟아왔으나 한진해운 부실 경영, 오너 리스크 등 문제가 터지는 등 각종 풍파를 겪으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들의 잇따른 오판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 이에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13년부터 구원투수로 나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 2014년에는 한진해운 회장직을 역임, 2016년 자율협약 신청 이후 사재도 출연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에 이어 2017년 청산됐다.

2014년에는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직원에게 갑질을 해 문제를 일으키고 항공기 회항을 지시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조 회장이 직접 사과까지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부인 이명희씨 등까지 폭행 및 폭언 등 논란에 연루돼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조 회장도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러한 혼란 속 조 회장은 지난달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국민연금이 절차 논란 속에서 연임을 반대했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연임 반대를 위해 조 회장을 흔들었다”면서 “대한항공이 1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안타까운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운구와 장례 일정을 조율 중이며 운구는 4~7일가량 걸릴 전망이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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