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9회 동점 적시타 김현수 \'경기는 이제 부터다\'
LG 김현수가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4-5로 뒤진 9회말 2사 1,3루에서 우전 동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그럴 때가 있다. 오늘까지는 보려고 한다.”

지난달 31일 잠실 롯데전을 앞둔 류중일 LG 감독은 ‘주포’ 김현수의 부진 얘기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현수는 이전까지 7경기에서 23타수 2안타, 타율 0.087에 그쳤다. 김현수의 침묵 속에 LG의 팀 타율은 0.196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날 롯데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동명(同名)인 상대 투수 김현수에게 지난 24일 KIA전 이후 모처럼 안타를 추가했지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좀처럼 중심타선이 터지지 않기에 수장 입장에서는 타순 변화를 고려해 볼 만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오늘까지는 보려고 한다.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가 있다. (중심 타자들이)잘 안 맞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한 번 안타가 나오면 잘 풀린다. 어제 한 개 쳤으니까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사실 타선 연결이 잘 안되고 있어서 어제 타격 코치와 (타순 변화에 대해) 미팅은 했는데 일단 오늘까지는 지켜보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에 침묵을 겪다가 최근 끝내기 안타 등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SK 타선의 핵 최정의 사례를 들며 김현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류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결국 반전의 계기가 됐다. 변함 없이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격한 김현수는 이날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그는 이날 단 4개의 안타만을 내준 롯데 선발 제이크 톰슨으로부터 중견수 안타를 뽑아 출루했다. 김현수가 포문을 연 뒤 LG는 톰슨의 폭투와 토미 조셉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김현수는 이후 세 타석에서 각각 병살타, 좌익수 플라이, 1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막판 대역전극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LG가 2-5로 뒤진 9회 말 마지막 공격 2사 2루에서 정주현~이형종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1점 차까지 추격한데 이어 대주자 신민재가 도루에 성공해 2사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오지환 타석 때 상대 1루수 오윤석의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승부의 향방은 다음 타자 김현수의 방망이에 달려 있었다. 그는 상대 네 번째 투수 손승락의 2구째를 받아쳐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모처럼 ‘타격 기계’다운 결정타를 터뜨린 뒤 김현수도 포효했다. 김현수의 적시타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은 LG는 결국 연장 10회 말 박용택의 우전 안타와 김용의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유강남의 끝내기 안타로 6-5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김현수는 류 감독의 기대대로 스스로 반전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현수는 예전부터 ‘슬로 스타터’로 불려왔다. 지난해 KBO리그에 복귀해서도 3월 타율은 0.241에 그쳤다. 그러다가 4월 들어 0.352로 반전했고 5월 0.379로 치솟으면서 지난해 타율 0.362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미 기량과 경험이 증명된 베테랑 타자의 부활 공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류 감독이다. 그의 믿음에 보은하듯 김현수는 3월 끝자락에 보란 듯이 살아났다. 무엇보다 김현수가 살아나면서 이날 박용택(3안타), 정주현(2안타) 등 팀 타선 전체가 폭발했고 한경기 두 자릿수 안타(12개)로 활짝 웃었다. 김현수의 부활이 LG의 반등에 확실한 기폭제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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