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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MNH엔터테인먼트. 대중에겐 낯선 회사 이름일 수 있 있지만 최근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중소 기획사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프로듀스101 출신 여자 솔로 가수 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청하의 소속사다.

MNH를 이끌고 있는 이주섭 대표는 이력이 특이하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2PM 매니지먼트 팀장을 역임한 그는 MNH를 설립하기 직전 천안에서 1년간 빵집을 운영하기 했다. 그는 ‘JYP 출신’으로서 배운게 적지 않다고 했다.

MNH를 설립한 뒤 서울 성산동의 인적 드문 동네, 1층에 세탁소가 있는 허름한 건물의 지하실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빌려 그곳에서 청하를 키워낸 그는 오는 4월 새로운 걸그룹을 런칭한다. 이 대표는 새 걸그룹에 대해 “멘탈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가요 매니저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꿈은 록커였다. 스무살 때 록보컬 학원을 다니며 ‘내가 음악으론 먹고 살 수 없겠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음악성 등 모든 면에서 플레이어가 되긴 힘들 것 같았다.

실력은 뛰어난데 빛을 못보는 아티스트를 돕자는 생각에 몇몇 의견이 맞는 이들과 2003년 작은 기획사를 차렸다. 당연히 음악 비지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회사는 1년도 안돼 문을 닫았다.

제작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음악, 마케팅 등은 공부하면 될 거 같았는데 매니지먼트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체득할 수 없는 분야란 생각이 들었다. 2005년 무렵인데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채용 공고를 냈다. 둘 다 지원했는데 SM은 떨어지고 JYP에 붙어서 입사하게 됐다.(웃음)

군대에서 장교였는데 전역할 때 중위 월급이 당시 세금 떼고 150만원 정도였다. JYP에 처음 들어가니 월급 100만원 중 수습기간이라며 80만원을 주더라. 처음엔 당황했지만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분야라 즐겁게 일했다. JYP에서 9년 정도 일했다.

-JYP에서 어떤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나.

음반팀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연기자팀에서 인력이 모자란다고 해서 3년반 정도 파견을 갔었다. 주로 아역 배우, 신인 연기자를 맡았다.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방송국 등에서 내가 아버지인줄 알기도 했다.

그룹 2PM을 2008년 데뷔 때부터 2013년까지 맡았다. 직책은 팀장이었는데 처음 1년 정도는 경험을 쌓기 위해 하루 2~3시간만 자며 현장 매니저로 뛰었다. 운전도 직접했다. 승합차 한대에 멤버들 모두를 태우고 전국을 누볐다. 6년간 2PM의 시작, 정점, 고비 등을 함께 했다. 내 인생에서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시기다.

-2PM의 최전성기도 함께 했지만 힘든 시기도 경험했다. ‘위기 관리’ 등을 어떻게 했나.

정말 안 되는게 없던 시절도 경험했고,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배웠다.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나는 언론 대응을 할 줄 모르는데 뭔가 사건이 터지니 기자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당시엔 그게 무서웠다. 실수로 전화를 받았다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내 동의 없이 녹취돼 TV에 나오는 걸 보기도 했다.

-JYP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어땠나.

JYP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빠르게 후속 조치를 취했다. 그런 걸 정확하게 지켜나갔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면돌파로 확실하게 진행하는 것을 보며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깨달았다.

물론 정공법이 늘 100% 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정보가 100% 공개되니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JYP의 방식이 요즘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2PM멤버들을 보나.

일할 땐 사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요즘은 만나면 친구 같다. 편하고 격식없는 좋은 친구들이다. 내가 본 그 연차, 커리어의 연예인 중엔 2PM 멤버들이 제일 사람이 좋다.

-요즘 JYP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일단 콘텐츠를 잘 만든다. JYP는 ‘콘텐츠 장인’ 같은 회사다. 콘텐츠 하나에만 몰두한다. 다른 데 눈 안돌리고 콘텐츠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왜 다른 건 안하고, 이것만 하지?’ 의아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 보면 그런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회사의 핵심역량이 날로 강화되는 것 같다.

-JYP는 원더걸스, 미스에이, 트와이스, 있지 등 걸그룹 제작에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이 생각해봤는데 우선 신인 개발팀의 힘이 뛰어난 것 같다. 캐스팅 디렉터 등의 부문에 좋은 인재가 많다. JYP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좋은 귀와 눈을, 신인 개발팀 전체가 갖고 있다.

그리고 박진영 프로듀서의 감 자체가 워낙 탁월하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메이킹 능력이 걸그룹에 최적화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같은 회사에 있을 때 본 박진영은.

진짜 연예인이다. 자기 일을 철저하게 해내고, 그것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주어준 역할을 충실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박진영 프로듀서를 보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점들이 정말 많다. 이를테면 박진영 프로듀서는 콘텐츠를 만들 때 곡과 안무, 스타일링을 따로 놓는게 아니라 하나로 보고 고민한다. 전체를 기획할 때 모든 걸 통합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JYP의 모든 연예인들이 바로 가까이에 자기 관리의 귀감이 될 롤모델을 두고 있는 셈이다.

-JYP 출신 제작자라는 자부심이 있나.

당연히 있다. 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JYP에서 배웠다. 지금 작은 회사를 운영하지만 가치관과 마인드는 크고 넓다고 생각한다. JYP에서 보고 배우고 들은 게 큰 도움이 된다. JYP 출신이라는 건 분명 좋은 간판이다.

-매니저 출신 제작자의 강점은 무엇인가.

매니저 출신 제작자들은 방송 및 언론 PR에 강점이 있다. 그런데 변해가는 시대에 맞출 필요는 있다. 예전엔 콘텐츠를 만들면 방송PR을 통해 이슈를 일으키는 게 중요했다. 마케팅 요소는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순서가 다르다. 제작 이후 마케팅이 먼저 시작된 뒤 방송PR 등 매니지먼트 요소가 뒷받침하는 패턴이다.

그러나 방송PR 분야는 여전히 중요하다. 방송국을 모르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고, 방송의 힘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분명 건재하다. 제작사들 입장에선 여전히 매우 중요한 홍보 툴이다. 매니저 출신 제작자는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방송국과 직접 일할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그리고 매니저 출신 제작자는 아티스트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중소 기획사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인데.

아이돌만 놓고 보면 중소 기획사가 버티기 힘든 구조다. 거대 자본 꾸준히 투입되면 언젠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중소기획사는 그게 불가능하다. 아이돌 한팀이 잘 안되면 중소기획사는 금방 휘청거린다.

그러나 틈새 시장이 분명 존재다. 자본의 구애를 받지 않는, 음악으로만 승부하는 뮤지션들을 위한 시장이 있다. 그런 면에선 꼭 큰 회사만 살아남는다고 보기 애매하다. 또한 갈수록 마케팅, 홍보 툴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중소 기획사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monami153@sportsseoul.com

<MNH엔터테인먼트 이주섭 대표. 사진 |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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