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pArea0000
손흥민이 14일 도르트문트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르주 오리어와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출처 | 토트넘 인스타그램

[런던=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 정도면 ‘월드 클래스’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각종 수상도 헛된 꿈이 아니다. 손흥민(27·토트넘)의 골 러시가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넘어 이제 유럽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축구로 먹고 사는 곳에서 손흥민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시즌 마수걸이포까지 터트리며 개인 최다 연속 경기 득점포 타이를 이룩했다. 활동량이 적어도, 상대 수비에 막혀도 기어코 공간을 찾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골들이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의 발 끝에서 터지는 중이다. 그의 맹활약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2018~2019시즌이 끝나는 올 여름 그가 어떤 결과물을 받아들지 시선을 더욱 모으고 있다.

잉글랜드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홈 경기에서 후반 2분 수비수 얀 페르통언의 크로스를 골문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 둘을 완전히 따돌린 뒤 오른발 발리슛으로 차 넣어 0-0 승부의 균형을 깨트렸다. 전반전 내내 고전했던 토트넘은 손흥민 득점포를 발판 삼아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고 후반 막판 두 골을 추가, 3-0 완승을 챙겼다. 내달 6일 원정 2차전에서 두 골 차 이상으로 지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8강 티켓을 거머쥔다.

손흥민은 전 소속팀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부터 계산하면 이번이 챔피언스리그 5번째 시즌이다. 그 동안 16강 3차례, 조별리그 탈락 한 차례를 경험했다. 생애 첫 8강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지난 달 31일 왓포드전, 지난 2일 뉴캐슬전, 10일 레스터 시티전 등 프리미어리그 홈 3연전에 이어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게 됐다. 시즌 32경기에 출전, 16호골(프리미어리그 11골+FA컵 1골+리그컵 3골+챔피언스리그 1골)을 기록하면서 2016~2017시즌 세웠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 21골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최소 13경기를 남겨둔 만큼 현재 페이스면 22골 이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4연속골은 자신의 소속팀 연속 경기 득점 타이 기록이다.

손흥민의 최근 뿜어내는 화력엔 특징이 있다. 부진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잠잠하다가도 한 번의 찬스를 낚아채 상대에 결정타를 가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을 다녀왔다. 지난 달엔 아시안컵을 뛰기 위해 UAE를 또 다녀왔다. 체력에 대한 우려가 항상 따라다니지만 손흥민은 ‘스나이퍼’ 기질을 한껏 발휘,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등 두 특급 스타가 빠진 토트넘에 4연승을 안겼다. 결승포가 두 번, 역전승 발판이 된 동점포가 한 번, 상대 추격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이 한 번으로 순도도 높다.

KakaoTalk_20190214_060712815-1
손흥민이 14일 도르트문트전에서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영국 언론은 최근 들어 손흥민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중이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가 2일 뉴캐슬전 직후 공영방송 BBC에 출연해 손흥민을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주는 ‘올해의 선수’ 후보 6명 안에 꼽자, 몇몇 언론들이 “그 정도는 아니다”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손흥민은 보란 듯이 레스터전 골에 이어 전유럽이 주목하는 도르트문트전 결승포까지 때려넣는 등 득점포로 말했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지는 도르트문트전 직후 손흥민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칭찬하면서 ‘이전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었으나 지금부턴 올해의 선수 후보가 발표될 때 명단에 이름이 오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세계적인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도르트문트전 결승골 때 상대 수비를 완벽히 따돌리는 손흥민의 움직임에 엄지를 치켜들며 “훌륭한 움직임, 훌륭한 크로스, 훌륭한 마무리(그레이트 무브먼트, 그레이트 딜리버리, 그레이트 피니시)”라고 했다.

꼭대기가 어딘지 모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PFA ‘올해의 선수’ 유력 후보에만 그치진 않을 것 같다. 2002년 설기현, 2005년 박지성에 이어 ‘프랑스 풋볼’이 수여하는 ‘발롱도르’ 후보(30인)에 드는 것은 물론, 수상은 어렵더라도 득표를 통한 순위권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 PFA 베스트 일레븐, 국제축구연맹(FIFA)-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베스트일레븐 등이 발표될 때도 손흥민이 괜찮은 후보가 될 수 있다. 첫 우승도 못 할 것이 아니다. 토트넘은 손흥민 덕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등 두 양강을 5점 차로 따라붙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역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등 우승 후보들의 실력이 예전보다는 떨어져 있어 토트넘이 두각을 나타낼 기회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