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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카바니.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36년간 넘지 못했던 벽을 이번엔 넘을까.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우루과이전 승리에 도전하는 가운데 손흥민과 에딘손 카바니 등 양팀이 데리고 있는 세계적 킬러들의 다툼이 만원 관중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 지난 2014년 9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A매치를 치른다. 지난 달 FIFA 랭킹 12위 칠레와 밀고 당기는 접전 끝에 0-0으로 비겼던 한국은 우루과이전을 통해 가깝게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타진하고, 멀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점검한다. 한국은 1982년부터 시작된 역대 우루과이전에서 1무6패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뒤져 있다. 브라질이나 독일을 이겨본 한국 축구에 우루과이가 더 까다로웠던 상대였던 셈이다. 골을 넣기도 힘들었다. 이번에 득점과 승점, 더 나아가 승리까지 챙긴다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양국 대결의 중심에 손흥민과 카바니의 킬러 전쟁이 있다. 독일 월드컵에서 멕시코전과 독일전에 연달아 득점한 손흥민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다. 월드클래스에 거의 다가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문 구석을 날카롭게 찌르는 대각선 슛, 여기에 최근엔 동료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어시스트 능력까지 더했다. 지난 달 벤투 감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를 때부턴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다만 최근의 강행군이 손흥민에겐 부담이다. 지난 5월28일 신태용호의 러시아 월드컵 대비 평가전 온두라스전을 시작으로 지난 달 11일 칠레전까지 한국과 아시아, 유럽, 북중미를 쉼 업이 오가며 111일간 20경기를 치렀던 그는 소속팀으로 돌아간 뒤에도 토트넘의 7차례 공식 경기를 모두(선발 5회+교체 2회) 뛰었다. 체력과 날카로움이 떨어지면서 2018~2019시즌엔 골 없이 도움만 하나 기록하고 있다.

반면 ‘사자 머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카바니는 골 감각에 이상이 없다. 그는 지난 7월 끝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포르투갈전 때 두 골을 작렬시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소속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8경기 6득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도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와 함께 PSG의 환상적인 삼각 편대를 변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둔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공격의 존재감이 집중적으로 쏠린다는 점에서 닮았다. 손흥민은 오래 전부터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에게 집중적인 마크 대상이 되곤 했다. 2~3명의 선수들이 손흥민을 막느라 많은 신경을 쏟았다. 한편으론 손흥민의 위력을 분산시킬 태극전사가 아직 없다는 뜻도 된다. 카바니도 이번엔 상황이 손흥민과 다르지 않다. 사실 우루과이는 카바니 외에도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는 또 하나의 세계적인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있어 화력이 대단하다. 특급 킬러가 둘이나 있다는 점은 우루과이를 상대라는 팀들에게 큰 부담이다. 그러나 이번엔 수아레스가 셋째 아이 출산 문제로 한국에 오질 않아 카바니 역시 다소 외로운 상태에서 찬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라 리가 득점 1위 크리스티안 스투아니(8골)가 수아레스의 공백을 메운다는 점에서 손흥민보다 부담은 한결 덜하지만 스투아니의 경우 A매치 골을 터뜨린 지 3년이 넘었을 만큼 대표팀에선 존재감이 작다. 손흥민이 4-2-3-1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서 사실상 프리롤로 뛰고 카바니는 최전방에서 해결사 구실을 담당하는 것은 둘의 가장 큰 차이다.

한국-우루과이전이 벌어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6만4174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러시아 월드컵 및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폭발력에 팬들 매료된 이유가 크다. 한편으론 우루과이라는 세계적인 팀이 오면서 축구 경기 자체의 격도 높아진 영향 역시 있다. 대형 카드섹션까지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이 달리고 카바니가 흔들수록 6만의 함성이 더 크게 상암벌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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