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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판이 깔린다. 남북 평화 무드가 K리그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는 양 정상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 걸친 인사들이 함께 하고 있다. 체육계에선 특별수행원으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등이 방북길에 올랐다. 특히 당초 명단에 없던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갑작스럽게 방북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 북측과 향후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나 월드컵 축구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공동개회, 국제대회 단일팀 구성, 공동입장 등 굵직한 이슈들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어지는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서 축구계에선 북한선수의 K리그 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축구선수를 강원FC에 입단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측 고위층과 합의한 내용”이라며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까지 강조했다. 남북교류에 적극적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구단주로 있는 팀이라 신빙성이 있다. 남북 평화 분위기를 체육계,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로 끌고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흐름을 타고 강원 외에도 K리그 복수의 구단이 북한선수 영입을 검토하거나 타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의 몇몇 구단이 실력이 검증된 북한선수를 데려오고 싶어 한다. 이슈몰이를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몸값이 비싸지 않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북한 국가대표급 선수라 해도 1~2억원 내에서 연봉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실력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북한선수가 K리그에서 뛴 사례는 있다. 멀게는 2001년 울산에서 뛴 량규사가 있다. K리그에 큰 발자국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북한선수 1호로 잘 알려져 있다. 량규사 뒤로는 2002년 김명휘가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부산(2006~2007)과 수원(2008~2009)에서 뛴 안영학도 ‘북한’하면 생각나는 대중적인 선수다. 2013부터 2015년까지 수원에서 활약한 정대세는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네 선수는 모두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다. 북한 국적을 갖고 있지만 순수한 북한사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신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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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순수 북한 국적의 선수가 K리그에서 뛴 적은 없다.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선수와 축구계 전체에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 10년간은 보수 정부 아래 남북 정세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공동입장을 하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스포츠가 남북 화합의 전면에 나섰다. 북한 선수의 K리그 이적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로 각 구단이 영입후보로 거론하는 선수도 교포가 아니라 순수 북한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 상의 문제도 없다. 구단 간의 행정적인 절차는 보통 선수와 똑같이 진행하면 된다. 대신 국내 입국, 체류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통일부, 법무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평화 분위기라면 큰 난관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오히려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돼 정부에서 더 적극성을 보일 수도 있다. UN의 대북제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유럽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뛰는 복수의 선수들이 있다. UN 대북제제가 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안치준 구단지원팀 과장은 “유럽에서도 선수에게 급여를 지급할 텐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보면 영업을 방해하는 요소는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선수의 K리그 입성은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축구계 전반의 의견이다. 대중에게 이슈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기업이 스폰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많은 기업이 북한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접근성이 쉬운 체육계가 투자의 창구가 될 수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북한은 블루오션이다. 통일부와 문체부에 투자 관련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북한선수가 오게 되면 K리그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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