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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수들이 16일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디디에 데샹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출처 | 프랑스축구협회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황금세대’가 또 다른 ‘황금세대’를 키웠다.

예상대로 우승은 프랑스의 차지였다. 3연속 연장 혈투 끝에 결승에 올라온 크로아티아가 세차게 공격을 가했으나 프랑스가 더 강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후반 각각 두 골씩 넣은 끝에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크로아티아를 4-2로 눌렀다. 20년 만의 정상 탈환이었다. 프랑스는 지난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며 우루과이,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에 이은 월드컵 7번째 우승국이 됐다. 이후 2002년 조별리그 탈락, 2006년 준우승, 2010년 조별리그 탈락, 2014년 8강 진출 등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가 데샹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프랑스 대표팀을 키운 지 6년 만에 또 하나의 별을 달게 됐다. 2회 이상 우승한 6번째 국가가 됐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흠 잡을 곳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우선 재능 넘치는 어린 선수들이 즐비했다. 프랑스의 이번 대회 엔트리 평균 연령은 26.1세. 주전급 선수들은 그보다 더 어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이라고 해도 될 정도”란 표현을 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프랑스의 4번째 골을 기록해 펠레에 이어 10대 선수로는 두 번째로 월드컵 결승전 득점자가 된 19세의 신성 킬리앙 음바페, 25세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벤자민 파바르, 루카스 에르난데스(이상 22), 라파엘 바란(25), 사무엘 움티티(24)로 구성된 주전 포백이 모두 25세 이하였다. 어려서 안정감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다. 프랑스는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단 6골만 내줘 경기당 0점대의 실점률을 기록했다. 무실점 경기도 4차례나 되는 등 어느 팀보다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다.

여기에 전광석화 같은 속공과 무서운 골결정력을 곁들여 상대를 무너트렸다. 음바페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속도 축구는 ‘점유율 시대’가 떠나고 ‘역습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경기당 평균 점유율 49.6%로 32개 참가국 중 18위에 그쳤으나 어느 나라보다 공격이 매서웠다. 우승 전략도 훌륭했다. 러시아로 가기 전 출정식에서 미국에 고전 끝에 1-1로 비긴 프랑스는 조별리그 첫 경기 호주전에서 2-1로 간신히 승리했다. 3차전 덴마크전에서 8만 관중의 야유 세례를 받으며 0-0으로 비겼지만 체력을 아꼈다. ‘슬로 스타터’로 시작한 그들은 토너먼트부터 활활 타올랐다.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4-3 승리를 챙기더니 우루과이(8강), 벨기에(4강)를 무실점으로 꺾었다. 크로아티아와 결승전에서 화룡점정했다.

프랑스는 지금 ‘황금세대 2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 우승을 맛 본 젊은 선수들이 어디까지 질주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2016년 프랑스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올해 러시아 월드컵 우승으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이제 왕좌를 지키는 일만 남았다. 이번 대회 엔트리 23명 중 백업 수비수 아딜 라미(32), 후보 골키퍼 스티브 망단다(33)를 제외하면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

‘황금세대 2기’가 홀로 성장한 게 아니란 점이 의미심장하다. 프랑스의 새 전성기를 열어젖힌 데샹 감독은 바로 1998년 첫 우승을 일궈낼 때 주장 완장을 차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든 경기를 소화했던 레전드다. 데샹 감독은 1998년 우승 사령탑 에메 자케 감독처럼 팀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스타들을 과감하게 밀어내고 어리면서 희생 정신이 뛰어난 멤버들을 끌어들여 대업을 이뤘다. 공격수 카림 벤제마를 제외하면서 세대 교체에 박차를 가한 것이 20년 전 스승 자케 감독과 닮았다. 데샹 감독에 앞서 2010~2012년 프랑스를 이끌었던 로랑 블랑 전 감독 역시 1998년 주전 수비수로 파라과이와 16강전 골까지 넣었던 간판 수비수였다.

육상 선수를 방불케하는 스피드로 지구촌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음바페는 이번 대회 활약과 함께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던 티에리 앙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앙리가 비록 이번 대회엔 벨기에 수석코치로 나섰으나 100m를 10초대에 주파했던 앙리의 엄청난 속도는 지금 음바페 같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1998년 정상 등극의 핵심이었던 세계적인 미드필더 출신 지네딘 지단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1~2군 감독을 지내며 핵심 수비수 바란을 키우는 등 화려한 스타 출신임에도 지도자로 밑바닥부터 뛰어들어 선수 육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이번 프랑스의 우승 배경엔 ‘황금세대 2기’의 탄탄한 경기력, 그리고 20년 전 첫 세계 제패를 이뤄낸 ‘황금세대 1기’의 경험 및 노력이 어우러진 셈이다. 그들이 지도자로 무르익는 시기를 맞이하면서 프랑스 대표팀도 2000년대 초반 모래알 조직력에서 탈바꿈해 세계 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프랑스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이 다른 팀들의 도전 과제로 주어졌다. 1998년과 2018년이 결합한 프랑스가 얼마나 위대한 팀으로 변신했는가는 월드컵 정상을 노크하는 다른 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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