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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화 키버스 샘슨, 제이슨 휠러. 사진ㅣ최승섭,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지갑을 닫았는데 오히려 일이 술술 풀린다. 한화가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를 확 줄였지만 가성비 측면에서 잭팟을 터뜨릴 기세다. 돈을 덜 썼는데 오히려 한화를 괴롭혔던 외국인 선수 ‘흑역사’ 탈출을 바라보고 있다.

대대적인 투자에도 2016년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맛본 한화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도 돈다발을 풀었다. 메이저리그(ML) 출신인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영입에 각각 180만 달러(약 19억 4000만원), 150만 달러(약 16억 2000만원)의 거액을 썼다. 재계약한 윌린 로사리오(한신)의 연봉도 150만 달러나 됐다. 3명에게만 연봉 총액 약 52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투자가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로사리오는 타율 0.339, 37홈런, 111타점을 기록했지만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간도는 10승(5패, 방어율 3.93)을 거뒀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지 못했다. 비야누에바는 5승7패, 방어율 4.18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투자의 결실을 맺지 못한 한화는 씀씀이를 확 줄였다. 올시즌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 영입에 각각 70만 달러(약 7억 5000만원), 57.5만 달러(약 6억 2000만원)만 투자했다. 타자 역시 제라드 호잉을 비교적 저렴한 70만 달러에 영입했다. 3명의 연봉을 합쳐도 지난해 오간도 1명의 연봉과 비슷한 정도다. 모순되게도 이름값에 매달리지 않고 돈을 덜 쓰니 우울했던 한화의 ‘용병농사’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포토]호잉, 오늘도 타격감 이어가야지
한화 호잉이 2일 대전 LG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대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샘슨은 7일까지 7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4.66을 기록 중이지만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4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 중이다. 휠러(1승3패, 방어율 5.59) 역시 최근 2연속 QS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돈을 적게 받는 외국인 투수의 성적인 것을 고려하면 준수하다. 호잉은 올시즌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급부상했다.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 12홈런, 33타점, 6도루를 기록 중이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로 한화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기대 이상이다. 대박이다. 호잉이 1명만 더 있으면 야구하기 편할 것”이라겨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한화가 최근 5년간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는 2016년 에스밀 로저스(넥센)과 2012, 2013년 대니 바티스타 정도다. 최근 5년간 10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도 지난해 오간도와 2015년 미치 탈보트 뿐이다. 탈보트는 11패, 방어율 4.72로 패가 더 많았고 방어울도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드디어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효자 용병’ 덕을 보고 있는 한화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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