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포드와 홈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런던 | 고건우 통신원

[런던=스포츠서울 고건우 통신원, 김용일기자]“두 시즌 연속 20골? 많이 넣으면 좋긴 하지만….”

7경기 연속 침묵에도 손흥민(26·토트넘)은 개의치 않았다. 이전에도 시즌 막바지 개인 목표 달성을 의식했다가 오히려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왓포드와 홈경기에서 왼쪽 측면 날개로 선발 출격해 74분을 뛰었지만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3월12일 본머스전 멀티골 이후 50일째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손흥민의 골 시계는 18골(EPL 12골)에서 멈춰있다.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21골을 넣으며 아시아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세운 그는 내심 두 시즌 연속 20골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남은 경기는 EPL 3경기 뿐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왓포드전 이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물론 골 욕심은 나지만 팀 성적이 우선”이라며 “당연히 배고프지만 좋은 선수로 성장하려면 (골이 아닌) 또다른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 경기 잘 할 수는 없다. 골을 못 넣었을 때 오히려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3경기가 남아서 선수들이 욕심을 많이 낸다. 나는 최대한 동료들을 도우면서 기회가 올 때 (골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내려놓는 마음’을 언급한 것 역시 어느덧 유럽 8시즌째인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해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에서 아시아 유럽파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는 ‘기록의 사나이’로 불려왔다. 그중 득점에 관한 기록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난 2014~2015시즌 레버쿠젠 시절 조기에 달성할 뻔했다. 당시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지닌 19골 기록에 못미친 17골(정규리그 11골)로 시즌을 마쳤다.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4월 이후 1골에 그쳤다. 스스로 “기록이 신경쓰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시즌 21골은 이같은 실패의 경험에서 조급함을 버린 끝에 달성한 것이다. 올 시즌도 소속팀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까지 소화해야 하는만큼 무리하게 욕심을 내진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큰 욕심을 버린 그의 플레이는 대신 동료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날 역시 전반 해리 케인, 에릭 다이어의 슛을 돕더니 후반 3분 팀의 두 번째 골에 기여했다. 페널티 아크 왼쪽을 파고들어 왼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공이 문전의 케인을 스쳤으나 오른쪽에서 키에런 트리피어가 재차 가운데로 연결해 케인이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절묘한 공간 침투서부터 이뤄진 추가골이다. 그는 “내 어시스트는 안 받아먹고, 트리피어것만 받더라”고 껄껄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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