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qqqq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PC 통신을 통해 사랑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홈쇼핑 가이드 수현(전도연)과 음악 프로그램 PD 동현(한석규). 두 사람 모두 삼각관계에 빠져 있다. 수현은 사랑하는 남자가 가장 친한 친구과 사귀는 것을 보며 힘들어 하고 있고, 방송작가 은희(추상미)의 집착에 육체관계를 맺은 동현 또한 선배PD와 삼각관계에 놓이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게다가 동현은 옛사랑 영혜를 잊지 못한 상황이기에 더욱 복잡한 심정이다.

자동차를 타고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인 수현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다, 자살을 작심한 반대편 차량의 질주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린다. 수현은 마음을 안정시킬 겸 그 곡을 ‘여인2’라는 ID로 동현에게 신청한다. 바로 그날 동현에게는 영혜와 즐겨들었던 ‘Pale blue eyes’가 수록된 LP판이 방송국으로 배달되었다. 동현은 신청자가 영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현과 접속을 시도하지만 영혜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Pale blue eyes’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이윽고 두 사람은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하지만 영혜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동현은 좌절에 빠진다. 수현과의 약속은 영혜의 죽음으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동현이 회사를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걱정스런 마음에 방송국까지 찾아와 동현을 수소문한다. 은희는 수현의 애타는 모습에 집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PC가 아닌 전화로 대화할 수 있었으나 동현은 영혜의 사망소식에 집에 들어 올 생각이 없었다.

은희의 충고로 집에 들어온 동현은 수현이 남긴 메시지를 듣게 된다. 약속을 어겼던 장소에서 함께 영화를 보자는 말로 끝을 맺는 수현의 통화였다. 이윽고 극장 앞에 모습을 나타낸 동현은 수현을 금세 알아차렸으나 머뭇거리며 몸을 숨겼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수현은 늦은 밤이 되도록 동현이 나타나지 않자 카페에 들어가 ‘Pale blue eyes’를 신청하며 전화로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다. 메시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수현에게 동현은 달려가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수현이 카페 게시판에 꽂아 놓는 영화표를 건네며.

영화는 수현과 동현의 이야기지만 매개체는 전적으로 컴퓨터가 맡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에피소드는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 진다. 지금은 익숙해진 문화겠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유형의 방식이었다. 아나로그를 지나 디지털로 접어들며 세상의 모든 문화와 형태는 크게 바뀌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영화다.

1997년 화제를 일으켰던 ‘접속’은 새로운 시대의 물결인 PC를 통한 이색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아냈다. 마주칠 듯, 안 마주치는 두 사람의 모습들을 오버랩 시켜 관람객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셀레임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전도연과 한석규는 마지막 장면에서 조우하지만 이전에 극장 앞, 지하철, 레코드점에서 서로를 모른 채 스치며 지나간다. 수현의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듯.

영화는 두 개의 음악이 축을 이룬다. 락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음악수첩’의 미뉴에트다. ‘Pale blue eyes’는 동현이 영혜를 떠올릴 때 자주 등장한다. 마지막 엔딩 신에 흐르는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는 미뉴에트를 모티브로 편곡한 곡이다. 미뉴에트는 하프시코드의 찰랑거리는 명료함 속에 영화 중간 중간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할 때 들려주다, 마지막 장면에서 ‘A Lover’s Concerto’로 전환되며 둘만의 운명적인 사랑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미뉴에트 - various artists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음악수첩 -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하가 그의 두 번째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만든 작품집이다. 1722년에 첫 번째를, 1725년에 두 번째를 만들었다. ‘A Lover’s Concerto’의 모티브가 된 미뉴에트는 두 번째 작품집에 수록된 곡이다. 안나 막달레나는 1721년에 바흐와 결혼식을 올렸다. 바하의 첫 번째 부인은 1720년에 병사했다. 결혼할 때 안나는 20세로 바하보다 16살이 어렸다. 두 사람은 13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중 요한 크리스찬 바하는 나중에 모차르트의 스승이 될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로 성정했다. 바하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가정에도 충실한 안나를 무척 아껴 두 권의 음악수첩을 선사했다.

qqq

▶아나로그 명반 -

원전악기 1세대인 구스타프 레온하르트(하프시코드 담당)를 주축으로 한스 마틴 린데(바리톤)와 엘리 아멜링(소프라노) 등이 참여한 도이치 하모니아 문디 음반이 손에 꼽힌다. 1966년 녹음으로 지금처럼 명료함은 떨어지지만 동곡의 녹음으로는 당시 최고의 완성도를 보였다. 이 음반은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연대기’ 영화의 OST로도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qq

▶디지털 명반 -

영국의 스테판 스텁이 이끄는 연주단체 트라지코메디아(Tragicomedia)의 음반은 텔덱(Teldec)의 1994년 디지털 음반으로 비올라 다 감바, 류트, 하프, 오르간 구성에 소프라노와 바리톤 등 사성부를 첨가해 다채로움을 살렸다. 미뉴에트를 비롯해서 전주곡과 푸가 등 여러 양식을 다양한 악기편성으로 재현해 내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선사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제공 | 명필름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