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 임대 이적이 갑작스럽게 무산된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사진은 지난 2014년 6월 브라질월드컵 당시 브라질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에스타포르테 스타디움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하는 모습. 이구아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현지 시간으로 1월31일 밤 10시30분쯤이다. 유럽 축구 겨울이적시장 마감을 30분여 남겨뒀을 때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은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볼턴 원더러스로 복귀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더 노력해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30분이 지나 이청용의 친정팀 볼턴 임대 이적은 무산됐다. 올 시즌 남은 기간 크리스털 팰리스에 남게 됐다.

보기 드문 일이다. 올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출전 기회가 줄어 고심을 거듭한 이청용이 친정팀 볼턴 임대 이적이 확정된 뒤 런던에서 짐을 싸다가 취소 통보를 받았다. 영국 내 행선지를 담당한 이탈리아인 에이전트 루카 바셰리니가 볼턴과 협상을 마쳤고, 양 구단도 이적에 동의한 상태였다. 인스포코리아는 현지로부터 “이적 보도를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후 이청용의 소감이 담긴 볼턴행을 확정 내용을 담당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럼에도 없던 일이 돼 버린 건 이적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스포코리아 측은 “애초 이청용의 임대 이적이 완료됐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크리스털 팰리스 (측면 미드필더) 바카리 사코의 갑작스러운 부상을 이유로 팀 전력 공백을 우려한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청용을 보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청용이 이 얘기를 듣고 윤 대표에게 알린 건 1일 오전 1시(현지시간 1월31일 오후 4시)였다. 모바일 메시지로 알렸는데, 놀란 윤 대표가 이청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표는 “이청용이 ‘감독이 갑자기 부상 선수가 발생해서 (임대 이적이) 안 된다고 했다더라. 처음엔 (현지 에이전트 앞세워) 설득 중이라고 들었다. 마감 30분을 남겼을 때 오래 통화했는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인스포코리아 측은 보도자료로 “돌발상황 대처가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오보를 야기한 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이청용의 의사를 존중하고 볼턴 임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에이전트와 크리스털 팰리스 관계자 의견을 마지막까지 우선으로 배려했다”고 했다. 이청용도 “갑작스럽게 동료 선수 부상으로 볼턴 임대가 무산돼 매우 당황스럽다”며 “구단 관계자의 우호적인 노력과 나를 원한 볼턴 구단, 모든 팬에게 감사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은 기간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청용의 볼턴행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크리스털 팰리스 구단이 쉽게 임대를 허락하지 않았을 뿐더러, 주급 등 세부 조건을 두고 이청용 측과 볼턴의 협상도 더뎠다. 그러다가 국내 에이전트사가 루카의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이청용이 볼턴에서 뛸 때 사령탑이었다가 현재 크리스털 팰리스 구단 관계자로 일하는 더기 프리드만이 물밑에서 도우면서 극적으로 이적이 성사됐다. 그런만큼 이적 취소 결정은 이청용에게나, 주변인에게 매우 난처한 일이다. 윤 대표는 “크리스털 팰리스 회장(스티프 패리쉬)에게도 (이청용 이적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했는데, 회장도 이청용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더라”며 아쉬워했다.

다행히 이청용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금세 다잡았다고 한다. 윤 대표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청용 멘털이 대단하더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즌 팀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독한 마음을 품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하루 쉰 뒤 2일부터 정상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는 호지슨 감독과 면담까지 요청하는 등 이적 시장 막바지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후반기 출전 의지를 명확히 표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지슨 감독이 사코 부상을 이유로 이청용을 붙잡은 만큼 얼마나 그에게 출전 시간을 허락할지 관심사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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